잉카와 고대 로마제국의 도로망 연구를 주관했던 독일의 빅토르 볼프강 폰 하겐은 “길이란 그 사회를 나타내고 문명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뛰어난 경관과 품격을 갖춘 도로는 국가와 도시의 얼굴이며 문화자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실제로 예전에 여행했던 어느 곳을 떠올리게 될 때 다른 기억은 속절없이 사라져 감감하거나 희미해도 주변
고급도로에는 가로수가 없다? 꿈을 아느냐, 네게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린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중략)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읊조리던 김현승 시인의라는 시다.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길을 만드는 데도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한 두 푼이 아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도로 건설과 관리에 소요되는 우리나라 예산은 1년에 약8조 원 정도. 만 원짜리 지폐를 연결하면 무려 150Km로,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길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국가예산에서 이렇게 많은 부분을 꼭 길 닦는 데 써야 되겠느냐고, 하지만
검은 도로, 하얀 도로 도로를 달리다보면 이런 궁금증도 갖게 된다. 왜 도로는 다 같은 도로가 아니고 어떤 건 검은 도로, 또 어떤 건 하얀 도로일까? 일단 두도로는 승차감에서 차이가 난다. 그리 예민한 운전자가 아니더라도 그 차이점을 감지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검은 도로가 하얀 도로에 비해 승차감 면에서는 월등하다. 이유는 간
테헤란로와 서울스트리트 우리나라 도로에 우리말 이름이 붙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외국 도로에 우리 귀에 친근한 이름이 붙어 있는 걸 보게 된다면 정말 반가울 것이다. 1070년대에 바로 그런 일이 있었다. 우리의 1970년대는 오로지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이 유일한 화두이던 시절이었다. 강남의 한 도로에 ‘테헤란로’ 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노래 속의 길 쉬어가는 김에, 이번엔 노래에 담긴 길을 한번 좇아가보는 것도 흥미롭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데 참으로 야릇한 일이다. 길이라는 단어에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서정성의 코드가 숨어 있다. 길의 이미지를 떠 올리다보면 끝도 없이 펼쳐진 우리네 인생 같은 여정이 그려지기도 하고, 저물녘 희미한 그림자를 남기고 가뭇없이 사라져가는 나그네의 쓸쓸한 어
제4부 길을 알고 가자--오늘의 길, 내일의 길 여우고개와 남태령 나그네가 길을 갈 때도 하루 종일 걷기만 할 수는 없는 법, 땀이 적당히 배어날 즈음, 시원한 그늘에 앉아 고단함을 달래며 쉬어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우리도 예서 잠시 쉬어가도록 하자. 그런데 자리를 잡고 앉은 곳이 만약 남태령쯤이라면 문득 궁굼해지는 게 있다. 이곳엔 하필이
수 년 전, 유로화가 통용되기 이전에 독일의 화폐는 마르크(mark)였다. 그런데 유럽연합(EU) 이 출범하면서 각국의 통화도 ‘유로’로 통일되었다. 기존에 쓰던 화폐가 유로화로 교체될 때 많은 독일 사람들은 이 화폐의 폐지를 몹시 아쉬워했다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라인 강의 기적’
턴키제도가 정착하려면 만들어져 있는 틀에 자신을 맞추는 사람은 언제나 그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진리 같지만 사실 타성의 끔찍함을 지적한, 참 무서운 말이다. 꽃은 꽃잎을 버려야 열매를 얻을 수 있고, 강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늘 변화하려는 노력, 어제를 버리는 고통 없이 새로운 오늘을 기대하기 어렵다. 턴키제도를 개
1998년에 건설기술심의관으로 재직하던 때 일이다. 당시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떨어졌다. 토목건축 공공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이를 효율화해서 예산 절감도 하고 부실시공이라는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공공사업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인지 검토해서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는데 이걸 담당할 국장이 정해지지 않아 건설기술심의관
누군가는 여행을 ‘인생의 진수’ 라고 이야기했고, 또 어떤 이는 ‘생활이 인생의 산문이라면 여행은 인생의 시’ 라고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여행은 틀에 박힌 생활에 리듬감과 액센트를 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그리하여 예로부터 시인들과 묵객들은 정처없는 길을 떠나곤 했는지 모
안창호 인터체인지와 박지성길 우리나라엔 다리뿐만 아니라 길에도 사람 이름을 붙인 곳이 많다. 가장 많이 알려진 길은 세종로다. 세종로는 조선 왕조의 태조가 한양을 건설할 때 너비 58척 규모로 뚫었던 대로이다. 정부 관서인 6조와 주요 관아가 길 양쪽에 있었다 해서 ‘육조 앞’ 이라는 통칭을 얻었고, 광화문에 해태 석상이 있다고 해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광고 카피가 아니더라도 일에 집중도 안 되고 괜스레 엉덩이가 들썩이는 때가 있으니, 바야흐로 휴가철인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 무렵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5주씩이나 도시를 떠나는 프랑스 사람들의 바캉스에 비하면 일주일 남짓인 우리의 휴가는 노루꼬리만큼 짧디짧은 시간이지만 그래서 더 아쉽고 소중하다. 민
Korea=빨리빨리? 빨리빨리 말이 나오니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중국의 영문표기인 ‘China'는 진나라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고유명사를 보통명사로 ’china' 라고 쓰면 ‘도자기’를 뜻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 일본을 뜻하는 ‘Japan'을 ’japan'이라고 표
장관의 지혜 일처리를 하다보면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우회적인 화법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을 때가 있다. 단호하게 “NO"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할 것도 "YES"라는 대답 뒤에 내포돼 있는 ”NO"라는 뜻을 전하면 목적한 대로 일이 술술 풀리는 경우가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필요한 태도가 바로 이런
길 닦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 저명한 역사학자 토인비는 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스나 로마처럼 천년만년 영광을 누릴 줄 알았던 강대국들이 망하는 이유는 천재지변이나 외국의 침략이 아닌 교만과 안이이다.”결국 퇴화의 치명적 원인은 자기 만족에서 오는 안일함이라는 의미일 터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진화와
사고 때는 현장을 지켜라 자연재해로 인한 도로피해 이야기가 나오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2002년에 발생한 태풍 ‘루사’ 다. ‘루사’는 2002년 늦여름, 한반도에 상륙해 5조 원이 넘는 재산 피해와 124명의 인명 피해를 남긴 악명 높은 태풍이다. 또 1904년, 한반도에서 기상 관측이 시
100년 만의 폭설 눈이 인심좋게도 펑펑 내리는 날, 고즈넉한 오두막집에 앉아 있으면 난데없이 ‘뚝뚝’ 하고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어보면 나뭇가지가 쌓인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보기엔 솜처럼 가벼워 보이는 눈이지만 쌓이면 그 무게는 가공할 만한 것이 된다. 폭설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끔찍한
준비의 미학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런 말을 남겼다. “경영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라도 장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태에 대비해서 만반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지금 아무리 탁월한 방법으로 장래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할지라도 그것은 단순한 ‘희망적인 관측’으로 끝나버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팔 길이만큼 고대 중국의 위나라에 오기 장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군사를 이끌고 전쟁에 나가면 가장 낮은 계급의 병사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잠자리에 들곤 했다. 권위주의적이기보다는 병사들과 함께하는 리더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오기 장군의 눈에 한 병사가 걷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다리에 난 종기가 곪을 대로 곪은 것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