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필자가 얼마 전 들은 이종찬 전 국정원장의 현실 진단과 처방은 박근혜 정부와는 다소 달랐다. 그는 일본과 단절된 채 지내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되 대신에 따질 것은 정확히 따지고 넘어가자는 생각이다.

지금 둥북아시아 지역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중국은 당샤오핑 시절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지금은 굴기(屈起)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더욱 깊게 연대하여 집단 안보주의로 나아가려 한다. 아물러 미국은 아시아 태평향 지역에 다시 돌아온 것처럼 행동한다. 또한 북한은 거대한 공포정치를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대단히 중요시하고 있다. 지금 중국도 한국에 대하여 옛날의 영항력을 회복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중국은 외교와 무역의 상대국으로서 한국을 중요시하긴 했지만, 군사적으로는 무시하였다.

이런 중국의 속내를 드러낸 사건이 바로 이어도까지 연장한 방공식별구역(China's Air Dedence Identification Zone)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들의 항공식별구역을 넓힐 때, 한국에 하루 전날에야 통고를 했을 뿐이다. 이러한 중국의 항공식별구역 확대 조치는 일본에 대한 강력한 견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회담 당시에 자신의 영토, 즉 센카쿠 열도를 방어하려고 한다. 센카쿠 열도를 중국에서는 조어도(釣魚島)로 부른다. 2차대전 직후 센카쿠는 분명히 일본 영토였다. 중국은 한국의 독도처럼 오랜 세월 중국인이 고기를 잡으러 갔던 곳이라는 논리로 이 섬을 회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섬은 분명히 일본보다는 중국에서 더 가깝다.

미국은 지금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이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으나,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 부통령은 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었던 적이 없다(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고 말해 논란이 됐다.

북한은 지금 젊은 지도자가 등장하여, 유일사상에 입각한 “위대한 영도” 리더십을 펴고 있다. 북한 당국은 북한 대중들의 규탄 속에서 권력의 2인자 장성택 운명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의문이다. 주체사상의 창시자인 황장엽은 장성택을 “국제정세에 대한 사리가 밝고,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런 장성택이기 때문에 북한사회가 그를 더욱 필요로 한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얼마 전 그는 숙청되었다.

한국은 무역의 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고 기뻐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무역규모는 1조78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5일 밝혔다. 올해 수출은 5600억 달러로 2011년의 5592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무역수지도 430억 달러 흑자로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우리의 수출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보자. 한국은 13개 품목이 전체 수출량의 70%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면 기쁨은 큰 걱정으로 바뀔 것이다. 한국은 강대국이라고 보기에는 작은 나라이다. 더욱이 남북이 분단된 사실상의 섬나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주위 강대국들과 참으로 원만히 지내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생존비법이다. 인접 국가와의 외교역량에 따라 이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지금은 19세기 말의 주변 정세와 비슷하다. 우리 정치권은 당시 당파싸움을 보는 듯하다. 이런 현상의 일환으로 현재 ‘무입법 국회’(그후 무더기 통과), 막말싸움 국회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치에 대협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21세기 초 동북아시아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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