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기자]
아무리 태평성대라 해도 사람이 사는 세상은 바람 잘 날이 없다. 불신(不信), 갈등, 죄악이 곳곳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인간의 탐욕을 부추기고 마침내 평범하고 선량하기만 한 사람들까지 파멸로 빠뜨리고 만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희망과 기대로 시작했지만 며칠 남지 않은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불편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NLL, 국정원 댓글에서부터 시작된 정쟁이 기어이 ‘정권퇴진’으로 에스컬레이트 되고 철밥통을 지키려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가세해 온 사회가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형편이다.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가 신의 정의를 실현하겠노라고 피조물(인간)의 ‘7대 죄악(Seven Sins)’, 즉 교만․분노․질투․탐욕․음욕․나태를 금했다. 그러나 그토록 경계했던 것들이 결국은 그 시대를 역사상 가장 추악한 사회로 추락시킨 사실은 뜻하는 바가 크다. 쉽게 잊어버리고 포기하고 또 그렇게 무너져버리는 게 인간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신경과학 및 기억 분야 권위자인 대니얼 색터(Daniel Schacter) 교수는 ‘기억의 7가지 죄악(The seven sins of memory)'란 저서에서 인간의 기억(학습)이 지니는 취약성을 설명함으로써 상식적인 인간이 어떻게 중요한 가치들을 간과하거나 누락시키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잊거나 바빠서 생각할 틈이 없거나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 대다수의 경우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암시’를 받는 것이다. 요즘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여겨지는 현상이다.
심각한 것은 사실이 왜곡되는 ‘편향’이다. 진실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불편하게 느끼거나 유리한 점만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과 같이 똑같은 텍스트를 두고 ‘포기다’ ‘아니다’로 해석은 정반대로 하는 경우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지속성’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과 같다. 정부가 아무리 민영화가 아니라 해도 믿지 못하고 파업을 계속하는 철도노조의 심리다. 색터 교수는 이를 두고 “기억이라는 감옥에 갇힌 비극적 죄수”라는 표현을 쓴다.
이를 인용하는 이유는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기에 앞서 내가 옳다고 여기는 자신감이나 확신감을 반드시 경계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온 가족과 함께 행복과 충만감에 젖어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지만 이런저런 고민으로 뒤척이다 우연히 본 영화가 있다. 할리 베리,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등등 헐리우드 인기 스타를 총동원했지만 그렇고 그런 멜로물이었는데 그래도 건질 것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뉴욕의 연인들’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New Year's Eve(새해 전야)’는 제목 그대로 새해를 앞둔 12월 31일 축제행사가 벌어지는 뉴욕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하루를 담고 있다.
타임스퀘어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새해를 상징하는 크리스털 공이 자정을 기하여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 떨어지는 장면인데, 영화에서는 이 공을 움직이는 장치의 고장으로 긴장감을 준다. 진행을 맡은 여주인공은 난감한 상황을 추스르기 위해 즉흥적으로 자신이 인생에서 느낀 바를 토로하는데 이 대사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세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용서', '두번째 기회', '새로운 시작'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외로운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꾸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사랑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희망으로 축제를 즐깁시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주간을 맞아 한마디 더 보태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지만 하느님은 용서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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