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2013년 한해 굴욕적인 기억을 잊고 싶나? 부끄러운 음주 페북이나 굴욕 사진이 무한 리트윗된 경험이 있는가? 구글링 한번으로 과거 올린 글과 사진이 모두 검색되는 시대에, 내뱉은 톡을 다시 회수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부터 5초 후엔 없어지는 ‘펑 메시지’까지, ‘나타났다 사라지는’ 찰나의 SNS가 인기다. 이와 함께 직장 상사를 위시한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개방형 SNS 대신 끼리끼리 모이는 폐쇄형 SNS도 많아졌다.


마이피플- 5초 메시지 비밀 대화나 굴욕사진들을 지인과 공유하기 걸맞다. 1초, 3초, 5초, 10초 단위로 시간 설정이 가능하며, 해당 시간이 지난 후에는 삭제된다. 메시지는 발신자가 설정한 시간만큼만 볼 수 있다.

프랭클리-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하기 전엔 모자이크로 흐리게 표시되고, 상대방이 읽으면 10초 후에 서버에서 메시지 내용이 완전히 사라진다. 수신자가 확인하지 않은 경우 언제든 삭제할 수 있다.

샤틀리- 내가 처한 곤란하고 굴욕적인 상황을 지인에게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최대 10초 후 삭제되는 ‘굴욕 전용 메신저’. 현재 미국 앱스토어 SNS 부문 11위까지 올랐다. 무려 텀블러와 인스타그램마저 제치고 말이다.

페이스북 포크(Poke)- 콘텐츠 노출 후 이틀이 지나면 앱에서 자동으로 삭제된다. 페이스북 지인들 기반이지만 사진 전송 시 초 단위로 시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메시지 캡처 시 특정 아이콘이 뜬다.

스피릿 포 트위터(Spirit for Twitter)- 트위터에 메시지를 쓰고 마지막에 해시태그와 함께 시간을 설정하면 트윗을 자동으로 삭제해준다. 예를 들어 ‘#5H’를 달면 5시간 후에 해당 트윗이 삭제된다.

시크릿.li- 페이스북 게시물 삭제 앱으로, 앱을 깐 후 게시하고 싶은 페이스북 사진과 공유하고 싶은 지인, 게시 시간을 설정하면 정해진 시간 동안만 사진 등을 노출할 수 있다.



미확인 메시지 회수 기능 ‘돈톡’ vs 10초 후 메시지 폭파 ‘프랭클리’


오픈 첫 날, 30만명 다운로드 기록을 세운 ‘돈톡’은 미확인 메시지를 회수하는 기능이 있으며, 지정한 시간만큼 볼 수 있는 ‘펑 메시지’ 기능이 있다. 모바일 플랫폼 전문기업 브라이니클이 만든 앱으로 ‘펑 메시지’를 통해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나 남기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1초, 3초, 5초, 7초, 9초, 10초 등 지정한 시간만큼만 볼 수 있다. 메시지 확인 후에는 다시 열어볼 수 없어 ‘비밀대화’가 가능하며, 특히 여럿이 있는 대화방에서 한 사람과만 대화하고 싶을 때는 별도 대화창을 열지 않아도 ‘귓속말’로 이야기할 수 있다. SK플래닛이 틱톡플래닛과 함께 만든 ‘프랭클리 메신저’의 경우 메시지 확인 후 10초가 지나면 받은 메시지와 보낸 메시지까지 흔적 없이 사라진다. 만약 단체 대화방에 전송된 사진이나 글을 멤버 누군가가 캡쳐하면 그 즉시 그 사실을 전 멤버에게 쪽지로 알려준다. 이름 그대로 ‘솔직히’ 까놓자는 거다. 문자든 사진이든 상대가 아직 읽기 전이라면 간단히 밀어내기 동작으로 메시지를 지울 수 있는 ‘강력한 보내기 취소’ 기능도 있다. ‘익명 그룹채팅’ 방에선 친구 애인에 대해 욕하거나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 등 민감한 이야기를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다.(새 버전엔 실명 기능도 있다)

TIP 법제화 논의 중인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온라인에 개인정보 등 내 데이터가 영원히 남는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법제화가 논의되는 ‘잊혀질 권리’는 개인이 온라인에 올라간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월 사용자 정보에 대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에선 인터넷서비스업체(네이버 등)에 자신이 게재한 게시물에 대한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기초적 수준의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통과 대기 중이다.

소셜 지인 대신 지구 반대편 익명과 나누는 사진 SNS ‘란도’


모바일 전문 포럼 커넥팅랩(www.connectinglab.net)이 펴낸 <모바일 트렌드 2014>는 “요즘 사람들은 SNS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서도 금방 피로감을 느끼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피로사회가 탄생시킨 프라이빗 SNS로 지난 3월 출시된 사진 기반 SNS ‘란도(Rndo)’를 소개한다. 란도는 인스타그램과 비슷하지만 ‘좋아요’ ‘댓글’ 등 어떠한 소셜 기능도 없이, 친구들이 아닌 지구 건너편의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콘텐츠를 공유한다. 소셜 네트워크가 없어도 사진을 공유할 수 있으며, 란도를 통해 받은 사진은 SNS 상에서 감상할 수 있을 뿐 저장이 불가능하다. 투자정보업체인 스누라는 디지털 데이터에 소멸 시기를 정하는 ‘디지털 노화 시스템(DAS: Digital Aging System)’의 연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사용자가 게시물을 올릴 때 소멸 시점을 설정하면, 해당 데이터가 타이머에 맞춰 소멸된다. 최근엔 돈을 주고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삭제해주는 대행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피로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단선적 SNS는 한계가 있다. 개방형 SNS에 지친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 알고, 교감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를 나누는가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얼마나 ‘솔직하고 안전하게 나누는가’에 대한 ‘소통의 질’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장님 출입금지! 개방형 SNS 피해 폐쇄형 SNS로 몰리다


SNS에 올린 애인 사진이나 휴가 계획을 직장 상사에게 들켜본 경험이 있다면 폐쇄형 SNS를 추천한다. 멤버 수를 제한한 채 지인만 초대하는 프라이빗 SNS는 불특정 다수에게 오픈되는 개방형 SNS에 지친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밴드’, ‘카카오그룹’, 커플용 ‘비트윈(Between)’ 미국의 ‘페어(Pair)’, 가족을 위한 SNS ‘FNS(Family Network Service)’ 등을 들 수 있다. 전 세계 2000만명의 유저를 지닌 네이버 밴드(BAND)는 모임 장소 투표나 일정 기능, 비상연락망 등 오프라인 모임 관리에 좋은 커뮤니티로, 기존 회원의 초대를 받아야 가입 가능하다. 과거 ‘아이러브스쿨’을 연상케 하는 동창회 기능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만든 관계 대신 중고등학교 등 지정된 몇몇 친구만 사진을 올리고 연락처를 공유하거나 채팅을 할 수 있다. 오직 커플을 위한 비밀 커뮤니티 ‘비트윈’은 빠른 채팅, 사진 앨범, 쪽지 기능으로 밀도 높은 사생활 보호가 가능해 ‘커플의 필수 앱’으로 등극했다. 세계최초 폐쇄형 1:1 SNS서비스로, 12월 현재 5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일본(11%), 동남아(10%), 중국(8%) 등 글로벌 유저도 많다. SK커뮤니케이션이 지난 8월 출시한 ‘데이비’는 그저 그런 잘 모르는 수백 명의 인맥 대신 50명만 친구를 맺을 수 있는 ‘슬림 SNS’를 지향한다. 폐쇄형 SNS는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만큼만, 원하는 사람에게 드러내겠다는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한다. 통제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그런 심리 말이다.


(자료제공 다음커뮤니케이션, 틱톡플래닛, VCNC, ㈜브라이니클, NHN 사진 포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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