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박근헤 대통령의 지난 6일 연두 기자회견 발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통일은 대박”이라는 술어이다. 그렇다. 지금과 같이 엄중한 분단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대통령이 해준데 대해 필자도 역시 함께 기뻐한다. 이 발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결국 통일에 이르는 길이라는 사실을 믿게 한다. 통일정책에 관한 그간의 행보에 비추어 볼 때, 그 진정성에 의심이 든다는 지적도 만만치는 않다.

‘통일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더 탐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내년이면 분단된지 70주년이라는 거대한 세월의 무게 때문이다. 그 사이에 남북한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 왔다. 북한은 ‘빨치산 국가’로 변화했고, 대한민국은 치열한 경쟁사회로 발전해 왔다. 이 경쟁의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취업 희망자들에게 통일이라는 변수가 어떤 작용을 담당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화두는 경제문제였다. 박 대통령도 아버지처럼 경제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대통령은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우겠다고 이야기했다. 3대 추진 전략은 세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 둘째, 창조경제를 통해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만들겠다. 세째, 내수를 활성화해서 내수와 수출이 균형 있는 경제를 만들겠다.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각계각층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큰 변화에 대비하고 있고, 우리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선도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가 추진하는 새로운 변화와 도약의 길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번영을 위한 전진이다. 이런 구절을 대통령에게 듣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걱정과 함께 답답함도 동시에 밀려 왔다. 첫째 걱정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추진되면,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불을 넘어 4만 불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라는 낙관적인 언급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플랜’을 다시 듣는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상층의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뭐하는가? 상층과 서민층의 경제가 양극화되어 있는데 말이다.

둘째, 대통령은 노사정간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였다. 지금 노사정 관게는 완전히 파국을 맞았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노정관계는 대화 상대 자체가 없다.

셋째, 국민과 대통령의 소통은 아주 원활해야 한다. ‘적대적’ 공생관계가 아닌 수평적 상생의 관계라야 한다. 서로의 진단과 처방을 듣고 의견교환을 하며, 대화가 오가는 그런 보편적인 관계라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모두다 이익단체의 주장이라고 간주한다면,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다를게 없다.

넷째,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주장은 어디에 갔는가? 선거운동 때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복지는 우리사회가 공동체라는 측면을 다시 부각시켜주고, 최선의 가격으로 공동체성을 확보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 특검제를 실시할 필요성이 계속 제기된다. 국가기관에 대해서 믿을 수 있는 조사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는 개혁은 바로 이 분야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 참여해서 만들어갈 정국해법에 관한 대화를 이런 방식으로 거부하는 것 같애서 듣기에 난감했다.

여섯째, 이번 기자회견은 꽉짜인 게획 아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이었다. 이 기자회견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끝났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각본 감독, 박근혜 대통령 주연, 언론사 조연의 기자회견이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은 거대한 이벤트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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