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기자]
올해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에게 지난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중간평가 성격을 피해 경기도를 지키면서 서울과 인천을 탈환해야 하는데 눈이 번쩍 띄는 인물을 고르기가 어렵다.
민주당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을 위협하기는커녕 안철수 신당의 공세마저 제대로 견제하기 힘들어 가쁜 숨만 몰아쉰다.
한때 무서운 기세로 새누리당 턱끝까지 추격하며 민주당을 괴멸시킬 듯이 보이던 안철수 신당은 상승세에 따른 일시적 피로 탓인지 이제까지의 강한 탄력을 잃고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럴 때 “정치는 생물과 같다”는 표현이 기막히게 들어맞는다.
안철수 신당이 가진 태생적 한계가 드러나는 듯하다. 여태 안철수 의원 개인기에 의존하다가 막상 정당을 세우고 제도 정치권에 진입하려니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주요 문제점 3개만 들어보자.
먼저 정당으로서 표방해야 할 이념과 강령이 안 보인다. 신당을 꾸리는 ‘새정추’는 무슨 소리냐고 발끈 하겠지만 신당이 내세우는 새정치는 실체가 없다는 정체성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반(反)새누리당, 비(非)민주당을 고수하려니 ‘국민과 함께’라는 구호밖에 남는 것이 없다. 마치 따귀 빼고 기름 뺀 곰탕에 새정치라는 ‘흰밥’만 마는 격이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의 비판이 날카롭다. "한국 정당들은 정치색이 불분명하다. 민주당도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잃어가고 있다. 안철수 의원 쪽도 마찬가지"
다음은 신당의 얼굴이랄 수 있는 당선 가능한 인재를 모으는 일이다. 윤여준 새정추 의장이 이미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 후보를 독자적으로 출마시켜야 한다”고 선언한 이상 16개 광역시도 단체장에 도전할 경쟁력 있는 후보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신당에서 거론되는 인사들은 모두 신당 후보를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출마설만 이어지는 것은 경쟁력 있는 인물들이 안철수 진영에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평론가들은 진단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발언이 정곡을 찌른다. 박 의원은 "안 의원 혼자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당은 무리 당(黨)자 아니냐. 무리가 함께 정치를 해야 하는데 그러한 사람들이 전부 새로운 인사들이기보다는 민주당의 실패한 인사, 민주당에서 낙천한 인사들이 모여 가지고 새정치를 하겠다, 이런 것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는 절대 안 된다”며 “신당과 민주당의 둘 중 누가 죽든 연대를 해선 안 되고, 이번에 만약 (민주당이) 깨지더라도 부딪혀서 깨져야 하는 선거”라고 강조함으로써 신당이 원하는 인물을 영입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당의 정체성과 인물을 평가하는 바로미터인 지지율이 뒷걸음질 치는 현상이다. 신당의 전진기지로 알려진 광주에서부터 지지도가 주춤하는 등 이상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최근 광주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지역 정당지지도에서 민주당이 34.0%로 비록 오차범위 내지만 신당(30.6%)을 앞섰다.
이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광주에서 불었던 '안풍(安風)'이 조정기에 접어들었고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냉정한 평가가 따를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사실여부를 떠나 광주에서 '안 신당' 측근들의 세력다툼 등 내분설마저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신당은 당의 ‘정체성’과 ‘인물난’ 그리고 그에 따른 하락성 ‘지지율’이라는 트릴레마(三重苦)에 빠져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자칫 지지층의 핵분열로 이어질 개연성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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