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전 안중근 의사(義士)가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중국 하얼빈 역앞에 안 의사의 충절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이 19일 전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때 요청한 기념 표지석 설치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중국의 노력을 치하하고 싶다.
기념관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끔 꾸며졌다. 기념관은 1909년 10월26일 안 의사의 거사 당시 하얼빈역 모습을 200㎡(약 60평)로 축소했다. 기념관 입구에 걸린 시계는 ‘9시30분’에 고정됐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바로 그 시각이다.
기념관에 들어가면 관람객들이 통유리창 밖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장소와 순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안 의사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각종 사진과 기록물이 전시됐고, 안 의사의 흉상도 배치했다. 사진과 기록에는 중국어와 한글 설명이 동시에 달렸다.
의거 지점에 새겨졌던 삼각형 모양의 바닥돌도 새것으로 교체하고, 그 위에는 표지판을 걸었다. 표지판에는 ‘안중근 격살(擊殺) 이등박문 사건 발생지(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쏴 죽인 곳)’라고 적혀 있다.
우리 외교부는 개관식 직후 일본의 방해를 의식해 한중 양국이 비밀리에 기념관을 만든 것을 설명하며 “우리 정부는 한·중 양국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안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의거 현장에 설치된 것을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얼빈시와 중국 철도국 주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서 쑨야오(孫堯) 헤이룽장(黑龍江)성 부성장은 “한 세기의 긴 역사 동안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 오늘 이곳에 기념관을 건립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인류가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과거를 반성하며 미래를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록 늦었지만 이를 계기로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국가들이 안 의사가 주창한 ‘동양평화론’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길 수 있다면 안 의사의 의거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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