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돈은 권력처럼 희소성을 띠고 있다. 누구든지 갖고 싶은 대로 가질 수가 없다. 인간의 필요와 욕망의 보다 보편적인 표현은 권력보다 화폐이다. 사람들은 권력 없이는 살 수 있어도, 화폐가 없이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인간은 화폐가 없는 세월을 물물교환으로 견뎌 왔다. 그러다 화폐시대로 들어선 이후 엽전-지폐-카드로 변화해 왔다. 이제 돈의 원천은 노동이기보다는 화폐와 관련한 복합 시스템이다.

돈의 시간에 따른 비용, 그것을 우리는 이자라고 부른다. 이자와 이윤의 차액을 가지고, 사람들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개인의 신용정보에 의해 은행에서 개인으로 돈이 돈다. 그 근거는 통장거래 내역과 담보물건이다. 금융권의 통계를 보면 요즘 돈은 개인정보의 집합에서 나온다. 수많은 사람의 신용정보가 어느 사이에 화페로 둔갑한다. 현재 신용정보의 합법적인 영역은 50개의 정보조사 데이터에 잘 나와 있다.

한국에는 이미 신용정보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인간에 대한 정보시장은 실력이라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이것은 마치 정치권에 돌아다니는 유권자 리스트와 같다. 이것은 선거운동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선거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대한민국의 엄청난 인재와 재산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화페와 카드에 대한 이런 생각들은 시대가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요즘 한국에는 21세기형의 재난들이 몰려오고 있다. 기후변화와 건강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의 고비사막에서 시작하여 산업지대를 마비시킨 미세먼지가 한국을 괴롭게 한다. 겨울에 찾아오는 큰기러기와 가창오리 등 철새들이 농가에서 기르는 닭과 오리에게 고병원성 AI를 퍼뜨린다. 지금은 한국사람도 세계 전역에 흩어졌다. 며칠 전 리비아에서 한석우 코트라 무역관장이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우리는 돈과 원한관계를 중심으로 세계의 여러 세력들을 다시 살펴볼 필요성을 느낀다.

이 재난 현상들의 원인과 처방을 더 탐구해 보면 아직 시대적 대응을 해나가기에는 현상이 모자란 것도 있다. 아울러 우리의 대비책이 20세기에 머물러 있음을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21세기의 대응방식은 재난현상에 대한 창의적인 응전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이번 재난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수요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신 위원장은 고객정보가 불법시장으로 흘러가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내용을 강조하였다. 첫째, 금융권에 개인정보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것을 요구하였다. 인사조치와 영업제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둘째, 신용정보기록을 남길 때, 필수적인 사항만 조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개인정보 관리의 방기는 범죄행위와 바로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이런 긴장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신용과 구매력의 상징인 돈 문제가 걸린 개인정보 유출문제는 스미싱과 보이스 피싱업자들에게 범죄를 시도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핵심은 창의성과 보안정보시스템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27일 내놓은 ‘금융 비전’에서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22일 발표에 의하면 금융업체가 모으는 정보의 양을 조금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그것을 쓰레기처럼 관리해서는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 작년과 올해의 2가지 방안은 대치되는 인식체계를 드러내고 있다. 신재윤 위원장의 대응은 결코 창의성의 산물이 아니었고, 단지 대증요법의 산물일 뿐이었다. 금융위의 2가지 발표는 통합되어야 한다. 과연 창의성에서 해법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런 실험은 계속되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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