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조작 제보’ 류영준 교수 8년 만에 ‘네이처’와 인터뷰

[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가족과 숨어지내며 많이 울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제보한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명 과학잡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황우석 사건의 본질은 타인의 희생과 삶을 한 개인의 성공을 위해 악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류 교수가 공식적으로 외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황우석 사태’가 터진 뒤 8년 만이다.

류 교수는 황 전 교수가 2004년 사이언스에 투고한 인간배아줄기세포 논문의 제2저자였다. 그는 “나는 과학계의 최대 사기사건 중 하나를 파헤치게 된 수사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네이처는 “류 교수는 그동안 지지와 야유를 한몸에 받았다”며 “한국 사회가 ‘추락한 영웅의 유산’을 놓고 아직도 분열되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2002년 서울대의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합류했다. 2004년 유명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인간배아줄기세포 생산에 대한 논문을 냈다. 논문 출간 이후 황 전 교수가 영광을 누리는 동안 류 교수는 황 전 교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류 교수는 황 전 교수의 발표와는 달리 “인간복제의 임상적 이용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 2004년 4월 그는 원자력병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듬해 황우석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또 논문을 게재했다. 류 교수는 “핵심 연구인력이 떠난 상태에서 짧은 기간에 11개의 배아줄기세포가 나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이치에 맞지 않았다”고 네이처에 털어놓았다. 그는 황 전 교수가 열살 된 척추손상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뉴스를 듣고, 임상시험이 환자의 건강을 해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는 무서웠고, 모든 일을 중단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2005년 6월 MBC에 e메일을 보내 탐사보도를 권유했다. 언론 보도 이후 류 교수는 황 전 교수의 지지자들에 의해 신분이 노출됐다. 류 교수에 따르면 황 전 교수의 지지자들은 직장 상사와 아내에게 협박 메일을 보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8개월 된 딸, 아내와 함께 숨어지냈다. 그는 “많이 울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생계가 막막했던 그는 2007년 고려대 임상연구원으로 채용되면서 처음으로 봉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강원대 교수로 부임했다. 류 교수는 큰 일을 겪었지만,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가 없으며 황우석 교수 사건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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