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며칠 전 여수 앞바다에 GS칼텍스 유조선으로부터 석유가 쏟아져, 어민과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처음에 GS칼텍스로부터 거짓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거짓 보고의 문제는 이런 것만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부패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바로 이 거짓과 직결되어 있다.

과거 정직성은 근면성과 결합할 때, 생산성으로 발휘되었다. 근대화 시대 대중성은 민주화의 기반이 되었다. 우리의 근대화 시대 민주화 운동도 정치권 내에서는 가족주의 방식인 계보운동으로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계보 대신 정직하기 운동으로 변화되었어야 했다.

과거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거짓들이 판매되었다. 특히 오가는 식품재료들을 볼 때마다, 신뢰 대신에 걱정이 앞선다. 당시 정치권에는 권위주의적인 대통령과 가족 같은 부하들이 있었다. 오늘에 와서 그것을 엄격하게 돌아보면, 갈등은 갈등으로 끝났다.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정직성이란 덕목은 없었다. 결과지상주의가 모든 것을 망쳐버렸고, 일부 흥하게도 만들었다. 필자도 기억한다. 대학생활을 할 때, 그때 대부분의 학생은 민주화를 견고하게 외쳤다. 당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구라친다’는 말이 세태를 이해하게 하는 키워드였다. 그때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했고, ‘구라친다’고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이게 더 발전해서 뻥친다로 바뀌었다. 모든 사람이 뻥을 치고 구라치는 사회에서 남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듣는다는 것은 큰 무리라는 이야기였다.

한 교수가 기억난다. 그 교수는 정직성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섬세하게 설명하였고, 이 정직성이 자리할 곳에 한국은 “너의 아버지가 누구냐?”라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근대성이 자리할 곳에 봉건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잘 지적하고 있다.

요즘 와서 필자는 우리 근대화에 대한 성찰의 결과 정직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의 산업화는 사실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과만 강조해서는 안된다. 그로 인한 피해와 비용의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산업화의 세계 랭킹에 들면 뭐하겠는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은 삶에 정신적인 측면은 전혀 없어지고, 대신에 자기가 먼저 먹어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가득 차있다.

이제야 근대화의 정신 가운데 정직성이 꽃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정직성은 근대화의 미학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 정직성이 결합할 때라야만, 모든 근대화의 산물들은 빛이 난다. 정직성이 없었던 우리나라 대부분의 근대적 모임들은 결국 시장성과 민주사회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었다. 필자는 요즘 여론조사 결과를 많이 참조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론조사에도 거짓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니 참으로 조심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요즘 적지 않은 대화모임에 참여한다. 과학적 미래비전 이야기, 세계여행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다음은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도 좋아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도 정직하지 않는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는 싫어한다. 요즘 현대화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소통성과 창의성의 생명이다. 이 소통은 구체적이고, 입체적이다.

‘정직성이 왜 좋은가?’ 하면 들은 것 가운데 제대로 추려내기만 바로 새로운 정보력과 지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정직성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필자는 이것을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으로 계속 발전하다가는 현대성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요소가 완전히 부서지는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근대화의 미흡한 성과가 현대화 작업에 대한 역공을 가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