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광주에서 필자는 우리 민족의 젊고 해맑은 민주주의의 역사와 그 현실적 가능성을 본다. 아주 작은 민주화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모든 민주주의는 모두 광주에 일정한 빚을 지고 있다. 광주학생운동도 있지만, 정작 광주가 힘주어 일어섰던 것은 1980년 5월 항쟁을 통해서이다. 그때 총을 맞고 스러져간 역사적 인물들을 이제는 망월동 묘소에서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한국 민주주의가 결코 도둑질할 수 없음을 증언한다.

오늘의 광주는 민생의 도시, 살림의 동네이다. 양동시장의 순대국밥집에서 밥을 시켜 먹던 기억이 새롭다. 또는 광주 금남로에서 광주영화제의 염정호 이사와 식사를 함께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광주 하남공단에서 만났던 노동자들과 그곳 포장마차 주인의 이야기도 기억난다. 그때 필자는 광주의 대학에서 강의를 맡았던 적이 있다. 그때 강사였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가 늘 가슴 한켠을 억누르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필자는 민생과 민주주의는 하나의 의제임을 믿는다. 그것은 이 세상 선진국이 먼저 개척해 놓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공존을 지향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많은 나라들이 그 길을 달려 나갔다. 이제 민주화에 대한 개념정리는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성장은 생태적으로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많은 생태 호르몬과 농약, 짙은 황사 등을 만들어 내었다. 바다에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흘러나온 핵폐기물과 기름띠가 바다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기후는 강우와 적설이 집중되는 이상기후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이제 선진화는 에너지의 고갈현상과 부딪히고 이산화탄소의 과잉배출 문제와 부딪히고 있다. 인간의 삶은 공동체적 요소와 개인주의적 요소의 적절한 결합에 의해서만 그 유지가 가능하다. 이제 유권자의 세계는 나눔과 공존의 문화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민주주의는 유권자 모두가 먹고사는 새로운 문명의 공동체, 민생의 공동체를 말한다.

오늘날 민생민주주의는 인권의 중요성, 모든 책임 있는 권력의 선출은 유권자의 공정한 힘에 의해서 이루어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 광주는 광역시 중 가장 낮은 36.8%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광주는 농업지역의 도시화 현상에 의해서 설명되었으나, 이제는 서서히 신산업도시로 바뀌는 과정에 있다.

광주는 민주당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광주를 놓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인다. 민주당의 장수는 강운태 현 광주시장이 될 것이고, 새정치연합의 장수는 윤장현 원장이 될 것이다. 6.4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광주를 둘러싼 세력싸움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선 당시 111만7781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과연 어떤 후보, 어떤 정당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등 5개구의 구청장 당선자도 달라질 전망이다.

광주는 전남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지방지배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증언하였다. 유권자가 먼저 소중하게 대접받아야 하는 직선제 시대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공천자들에게 표를 던지는 역할만을 담당하였다. 바로 여기에서 유권자들은 허탈감과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모든 유권자들이 선택을 민주당에서 철회하여 새정치연합에게 주자니, 새정치연합의 정치경험의 일천함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의 철회가 답인가에 대한 회의도 존재한다. 여기에서 현재 광주 유권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 사이에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된 두 사람의 강연을 모두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 사람은 광주의 산업화를, 다른 사람은 광주정신을 강조한다. 두 사람은 광주를 사뭇 다르게 발전시킬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이런 자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속될 것이다. 현재 광주 문제의 핵심은 권력 형성 과정에서의 유권자들의 역할 문제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