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만에 100승을 올린 유승완 기수. 사진=한국마사회
7년 기다린 100승 달성!…군 입대에 슬럼프 마음고생 많아
“몇백승 이루는 기수보다 슬럼프 없이 꾸준히 활동하고파”

[일간투데이 강근주 기자] “경주대에 들어섰을 때 100승 달성이 예상했다. 하지만 나머지 경주는 말들이 잘 뛰어준 결과다.”

유승완(프리) 기수가 데뷔 7년 만에 개인통산 100승을 올렸다. 8일 서울경마공원 2경주에서 ‘비채속도’에 기승한 유승완은 선두경쟁을 피하고 후미권에 머무르며 말의 체력을 비축했다. 비채속도는 직선주로에서 접어들면서 자신의 이름처럼 빛의 속도로 앞선 경주마들을 따돌리고 결승점을 통과해 유승완 기수에게 100승을 선물했다.

이날 7, 8, 12경주에서도 유승완은 우승을 차지해 통산 103승, 시즌 9승을 기록했다. 다승순위도 13위에서 7위로 껑충 뛰어올라 TOP 10에 들어갔다. 특히 8경주에선 이상혁(11조) 기수가 부상을 입는 바람에 ‘베스트하이’에 대신 기승해서 올린 우승이라 경마팬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100승, 유승완에게는 쉬운 목표였다. 7년이나 걸렸다니 이외다. 그는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루키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데뷔 2년차, 2008년만 해도 동기들은 유승완을 “장군님”이라 불렀다. 당시 수습기수를 나타내는 기호로 10승 미만은 ‘●’. 10승~20승은 ‘○’, 20승~30승은 ‘△’를 쓰고, 마지막 단계인 30승~40승은 ‘☆’을 사용했는데 유승완은 동기들 가운데 제일 먼저 30승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KRA 경마아카데미를 졸업할 때도 성적이 가장 뛰어나 KRA 회장상을 받은 ‘슈퍼루키’였다. 당시 경마 전문가들은 데뷔 2년차로 31승을 기록하며 약진하는 ‘경마황제’ 문세영(프리)과 유승완을 서슴없이 비교했다.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기수 해외진출 사업’ 대상자로 발탁, 2009년 5개월간 미국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병역을 마치고 2012년 8월 복귀할 때만 해도, 그에 대한 경마팬의 기대는 높았다. 헌데 미국연수에 병역으로 공백이 길었던 탓인지 슬럼프에 빠졌다. 2013년 그의 성적은 29승에 그쳤다. ‘슈퍼루키’로선 초라한 성적이다. “많이 힘들었다.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기승했더니 어느새 100승이 됐다. 힘들 때, 좋은 말씀 해주신 분들이 고맙다.”

‘작은 거인’ 서승운(프리), ‘여자 경마대통령’ 김혜선(24팀) 등 후배가 작년에 100승을 달성할 때 조바심이 났을 법도 한데, 그는 성실함으로 조바심을 극복해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슬럼프 없이 꾸준한 기수가 되는 게 목표다.” 100승을 올리는데 7년이 걸렸으나 시즌 완주는 사실 올해로 겨우 3번째다. 시간은 앞으로도 많다. 초심으로 돌아가면,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열려있다.

경마관계자들은 “유승완은 워낙 성실한 기수다. 100승 달성도 하고, 하루 4승을 따내는 걸 보니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다. 올해 활약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 4승을 올리며 3월8일을 ‘자신의 날’로 만들었지만 유승완 기수는 그저 담담한 모습이다. “2경주에서 100승을 달성할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나머지 경주들은 예상한 결과가 아니었다. 말들이 잘 뛰어줘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괜한 말이 아니다. 진정성이 묻어난다. 영광을 선수 몫으로 돌리는 걸 보니, 오랜 마음고생이 그를 내적으로 성숙시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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