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부처에서 내놓은 상생법…‘실적주의 아니겠느냐’


건설업계의 동반성장을 촉진하고 건설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도입된 대ㆍ중소 건설업체간 상생협력이 대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보다는 처벌 위주로 만들어져 상생협력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은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내리는 것은 대ㆍ중소기업 모두가 함께 살자는 의도를 간과한 것으로 상생촉진법의 근본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얼마 전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건설교통부가 아닌 산업자원부에서 내놓아 타 부처에서 이중으로 처벌하는 것은 ‘한건주의’ 또는 ‘실적주의’가 아니겠냐는 업계의 쓴 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거래 과정에서 부당한 단가인하, 납품대금 지연 등을 하는 대기업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고 이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경우에는 중소기업청장이 공공공사의 입찰참가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법 위반 유형별로 벌점기준을 구분해 과거 5년간 벌점을 누적 계산한 점수가 10점 이상인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요청할 수 있고 보복조치와 탈법행위 등 고의적인 법위반 횟수가 과거 1년간 2회 이상인 경우에는 벌점의 누적계산 점수와 관계없이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요청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벌점 누산관리 기간(5년)이 너무 길어 현재 상생협력을 올바르게 실천하고 있는 기업도 과거의 경미한 위반행위로 인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 당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위반행위와 관련된 공사발주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발주기관으로 입찰참가제한 요청대상을 확대한 것은 사실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백영권 연구위원은 “상생은 규제행정이 아닌 조장행정을 통해 이뤄질 때 빛을 낼 수 있어 대기업에 대한 처벌위주인 이번 개정안은 방향 자체가 틀린 것”이라며 “법을 통해 강제로 규제를 한다고 해서 건설산업이 상생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구도와 생산체계를 만들어 주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대ㆍ중소형간, 일반ㆍ전문 건설업체간 두터운 격벽이 쳐져 있는 한 건설업의 선진화는 물론 진정한 상생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건전하고 안정적인 원하도급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적정한 공사비를 보장하지 않으면 견실시공과 건설업의 건전한 발전, 그리고 원-하청업체간 상생협력은 기대할 수 없다”며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 보완대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지난 1990년대부터 건설주체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정부차원에서 상생협력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와 관련해 건협 관계자는 “상생협력을 통해 업체간 대화의 장이 마련되고 이 토대위에서 서로의 신뢰가 구축돼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정부는 상생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올바른 시장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수직적인 의사소통으로 하도급자의 고충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지만 상생협력을 통해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수평적 의사소통이 이뤄져 효율적인 공사수행은 물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건설구조가 만들어졌음에는 긍정하고 있다.

하지만 산자부가 입법예고한 상생촉진법이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도 건설기업의 상생이 올바르게 유도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는 분위기다.

한편 대ㆍ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은 건설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상생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앞으로도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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