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9일까지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 갈등관리전문위원회 사용후연료 공론화 태스크포스(T/F)팀이 프랑스, 영국 등 해외국가들의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을 시찰했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하고 있는 고리, 영광, 울진, 월성원전의 저장능력이 오는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도달,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포석에서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서는 고준위폐기물 처분시설 확보가 필수적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든 영구처리하든 안전하게 저장 또는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처럼 발전소 별로 저장시설을 증설할 것인지 아니면 제3의 장소를 정해 한 곳에 저장할 것인지에 대해 내년 초부터 공론화를 수행, 2008년 12월까지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론화 기간이 너무 짧아 2008년까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미국은 1982년 방사성폐기물정책법을 제정한 뒤 20년 만인 2002년에 네바다주 유카산을 고준위폐기물 영구처분장으로 확정했고, 영국은 2003년 방폐물관리위원회를 설립하고 2006년까지 3년간 공론화를 추진해 관리방안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별도의 장소에 고준위폐기물 영구처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부지선정 2년, 설계·인허가 3년, 건설기간 3년 등 최소한 8년이 필요하다. 자칫 공론화 과정이 차질을 빚는다면 원전 정책이 ‘블랙홀’로 빠져들 수 있다. 또한 10년내 고준위 방폐장 건설 착수, 방폐물 사업주체, 재원 등을 규정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이 9월 정기국회 상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어 법 제정 과정에서 국회 합의의 벽을 넘어야 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가 결정되는데 20년이 걸린 경험에 비춰볼 때 사회적 합의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모처럼 시도하는 원자력정책의 공론화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돼 정부가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청사진을 하루빨리 마련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