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중석 본지 편집국장

정부는 최근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주택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책을 내놨다.

내년까지 지방 12곳을 주택 투기 지역에서 해제하고, 공공과 민간부문을 합쳐 미분양 아파트 2만 5000 가구를 사들인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따라 국민임대주택기금 4조 3000억원을 투입, 내년까지 지방 미분양 아파트 5000여 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민간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민간에서도 내년까지 2만 가구를 매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와 관련 건설교통부는 공공임대주택 건설계획이 있고, 공공임대수요가 충분한 지역은 건설계획을 축소하는 대신 공공에서 미분양아파트를 사들여 국민임대주택, 또는 비축용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교부는 그러나 2009년 이후엔 시장상황을 봐가며 공공기관에서 추가 매입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미 확보된 국민임대주택기금 여유분 4조 3000억원과 주택공사의 자체자금을 활용키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대책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방치할 경우 자칫 지방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 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9만여 가구로 외환위기( IMF) 직후인 지난 98년 이후 가장 많고,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말이면 12만 가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미분양 물량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지난 10월 이후 세종, 신일, (주)동도 등의 중견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말았다.

이런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우선 내년까지 공공기관에서 5000여 가구를 매입해 이를 비축용 임대주택이나 국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2만 가구는 민간에 세제 혜택 등을 줘 매입을 유도 한다는 계획이다.

매입 주택 가운데 60제곱미터 이하는 국민임대주택으로, 이상은 비축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정부 대책의 핵심이다.

이렇게 하면 내년 말까지 미분양 물량은 7만 6000여 가구로 줄어 예년의 평균 수준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의 실효성엔 의문이 많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기존 입주민들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하고, 특혜 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크기 크기 때문이다.

또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민간의 여유자금을 끌어 들여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최근의 미분양 사태는 지역 경제와 주택 수요를 감안치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인 건설업체들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더 큰 원인이다.

집값 만은 잡겠다며 갖가지 규제와 과다한 세금 부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그 후유증이 지방에서부터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분양 사태는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이 있어도 팔리지 않는 데 있다.

따라서 팔리지 않는 집을 정부가 사들여 임대로 내놓는다 하더라도 나간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
나 일부 지방의 경우 임대주택의 미분양률이 10%가 넘는 현실에서 미분양 아파트까지 사들인다
면 재정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분양 사태를 해결키 위해선 그간의 수요 억제 정책보단 대출 규제 등 금융 분야의 규제 완화와 지역에 따른 탄력적인 세제 운용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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