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10년(1577년) 민간인들이 조정의 조보(朝報)를 모방, 별도로 조보를 발행하였는데 이 조보는 활자인쇄로 날마다 발행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국내 최초의 일간신문이라 할 수 있는데 입증할 증거가 없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는 선조가 자신과 관련된 사실이 일반 백성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어 폐간시킴으로써 수 개월만에 없어졌다고 한다. 이 조보의 기록이 선조실록(宣祖實錄)과 이이(李珥)의 경연일기(經筵日記)에 나와 있다.


독일에서는 금속활자를 이용, 활발하게 인쇄가 이뤄질 무렵 신문형태로 뉴스를 다루기 시작한 플러그 블라트와 루터의 종교개혁을 선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쇄된 플러그 슈리프트가 있었다. 서한신문의 발달로 16세기말에 등장했던 주간신문 ‘렐라치온’ 등이 일간신문으로 전환하여 ‘라이프 찌거 짜이퉁’(1660년)을 선두로 본격적인 일간신문들이 발간되었다.
인쇄커뮤니케이션 시대가 열리면서 체계적으로 신문학을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구미(歐美)에서는 신문학의 발전이 이뤄졌다.

국내에 1945년 8.15이후 신문학을 처음 도입한 사람은 일본 상지대학 신문학과 출신 곽복산이었다. 곽복산은 신문학의 불모지 한국에 ‘조선신문학원’(후에 서울신문학원) 을 설립하고 초기 신문연구의 큰 디딤돌을 놓았다.
곽복산의 제자로 부산신문학원은 강대원. 인천신문학관은 박민규가 신문연구의 대를 이어갔다. 이렇게 신문연구의 기세가 오르기 시작, 중앙대학(1958년) 등에 신문학과 설치의 촉매역할을 했다.
중앙대는 1969년 신문방송학과로 ‘방송’을 포함 교과목으로 처리하고 2007년 신문방송학부로 개편하였다. 이로써 각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가 개설되고 많은 인재들이 언론사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침내 신문방송전공 대학원이 큰 인기를 얻어 속속 개설되기 시작했으나 신문학 교육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언론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신문학을 완벽하게 연구하고 강의할만한 학자가 없는 실정이다. 그저 커뮤니케이션이나 사회과학 측면에서 미디어 연구라는 차원에서 신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다. 신문현장과 직결된 학문적 가치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각 대학별 교과과정이 약간 차이가 있으나 언론정보 관련 특수대학원을 설립, 직장인을 중심으로 야간에 실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학부에서 이론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시간때우기식 강의에 치중하여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가 없다.

사회가 급변하여 신문의 정체성이 차츰 그 빛을 잃어가기 시작하자 각 대학은 재빨리 방송과 영상분야에 눈을 돌려 인기에 영합한 돈벌이로 학생을 끌어 들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대학원의 전공 교과목에 ‘신문’과 관련한 전공이 빠지고 언론사 . 대중문화론이 대체하고 있다. 연세대 홍보대학원의 경우도 미디어학과 개설 요지에서 저널리즘. 방송영상. 광고홍보전공의 학제적 기초를 이루는 사회과학 연구 방법론에 대해 사고하고 훈련함으로써 언론 및 광고홍보 현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제반문제를 실증적으로 조사 분석하는 실무능력을 배양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저널리즘 과목에서 저널리즘세미나를 통해 5학기중 1학기만 신문을 형식적으로 다루고 있다.

고려대 언론대학원도 설립 목적은 언론창달과 언론인 양성 및 언론인에 대한 재교육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인터넷저널리즘. 한국의 출판과 잡지를 취급하고 있을 뿐 신문과 관련해서는 특강으로 토론형식을 취하는 것이 고작이다.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의 경우는 디지털컨버전스. 광고홍보. 출판잡지. 인쇄화상 전공은 있으나 신문관련 전공은 아예 없다. 세분된 교과목을 보면 사이버커뮤니케이션. 조직커뮤니케이션론. 텔레커뮤니케이션론. 미디어심리학. 디지털방송론. 매스컴과 문화연구. 미디어정책. 대중매체와 수용자. 테크놀로지와 사회. 방송보도와 실제. 대체매체와 성. 미디어산업론. 방송영상비평론. 언론내용분석.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정치커뮤니케이션론. 매스컴이론. 휴먼커뮤니케이션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론정보분야에서 취재 편집. 신문학 분야는 완전히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언론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도 융합미디어시대 언론학 교육의 혁신모델 등을 논의 하면서 신문학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조차 하지않고 있다.
물론 언론학자들이 신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신문학 강의에 확신이 없어 커리큘럼 개발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신문학이 도외시되고 학문적 연구가 외면되자 중앙대도 2015학년도 부터는 신문방송학부를 ‘미디어커뮤니케션학부’로 개명한다고 하니 신문발전의 길은 더욱 멀어져 보인다.

김 지 용(편집이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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