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주전론(主戰論)과 주화론(主和論) 가운데 어떤 노선을 선택할 것인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주전론은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말한다. 주화론은 많은 문제를 야권과 상의하되, 그것과 함께 자신이 한 나라의 대표임을 깨닫는 방식이다. 물론 지금은 이 가운데 어떤 것을 우선시 하느냐의 문제이다.

지금은 유권자 발언권이 상당히 높아진 시점이다. 필자는 지금 유권자의 이름으로 대통령에게 야권과 협상을 하라고 권유한다. 여와 야가 협력과 협상노선을 갖고, 때로는 대결노선을 병행해 나가는 것이 정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결의 요소도 있기는 있다.

한 선거구에서 오직 한 사람만의 당선자를 내는 선거 시스템은 상당히 대결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그런 대결마저 피하려고 중선거구 제도를 채택하는 나라들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는 집권하면 인사 탕평책을 구사할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현재 필자가 갖는 이 정부에 대한 견해는 민주적인 선거에서 선택한 정부도 쉽게 ‘권위주의 체제’로 넘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비관론이다.

박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제2의 산업화, 창조경제, 복지사회의 구현, 이런 것은 다 좋다. 그러나 이런 경제정책이 좋으면 뭐하는가? 이것이 현재 유권자들이 원하는 민주화와 균형사회로의 이전을 막는다면 이 부조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거둔다. 최근에 한국의 재벌들이 미국에 구입한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KBS TV를 통해 보았다. 결국 이것은 경제성장이 사회 양극화와 결합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요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런 피해야 할 교훈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반드시 배웠어야 할 점이다.

이 정권이 제대로 된 길을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위상을 공주의 위치에서 평민의 위치로 전환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대사회 특성은 다양화된 사회이다. 그렇다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반드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려고 해도 상대가 권위주의적이면, 바로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론은 불가능해진다. 이것은 대통령이 알아야 할 현대사회의 특성 가운데 하나다.

다음 총리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해를 조금 더 들어보길 바란다. 필자는 일단 민주적으로 소통이 되는 사람을 기대한다. 둘째, 공정한 행정을 하려면 그의 인생 자체가 깨끗한 요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총리로서 능력도 필요하다. 이것은 전문능력이 아니라, 조정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야권의 의견도 한 번쯤은 청취해 볼 만하다. 이런 조치야 말로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는 정치를 말한다. 한국정치가 언제까지 상대방 세력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서로 힘이 있을 때 협상하고, 아울러 타협을 하고, 자신을 강화시켜 나가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

한국정치도 이제 어제보다 나은 정치, 어제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야권도 지금 현대정치가 그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평소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정치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필자는 아직도 야권에서 그런 희망을 읽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야권은 힘을 비축하고 집중하는 힘의 순환논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협상과 타협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대결 요소는 남아있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 갈등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