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이 한국경제의 목을 조이던 98년 새봄,신문사도 구조조정의 칼바람 앞에 많은 언론인들이 그 동안 청춘을 불사르고 정들었던 삶의 터를 후배들에게 물려 주고 등을 돌려야만 했다. 고급인력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정부로서도 골칫거리의 하나로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자 한국언론재단은 급조된 팀을 구성하여 언론인들을 학교현장에 파견, 신문을 경험한 노하우를 어린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는 미디어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뜻이 있는 퇴직언론인 10여명이 주축이 되어 교육자료나 커리큘럼도 없이 막연하게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뉴스의 구성이나 문장법을 중심으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으나 대부분 초창기 수요가 있는 학교를 물색하여 교육을 하는 실정이어서 재단측 입장에서는 다루기 껄끄러운 언론인 보다는 약간의 교육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선호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파견하던 언론인들을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지에서도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해당지역 출신 언론인들을 규합, 한국언론재단 지역사무소를 설치하는 단초가 되었다.

출판 지원이나 간헐적인 언론인 교육사업에 치중하던 한국언론재단의 주요사업으로 미디어교육이 채택되면서 비로소 한국언론재단의 존재가치가 자리잡는 계기가 된 셈이다.

첫 사업으로 초.중학교 교사들에게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희망자에 한해 승진의 인센티브를 미끼로 미디어교육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시키는데 집중하였다. 일종의 연수교육형태를 마친 일선 교사들이 늘어나면서 미디어교육의 기본개념이 설정되었고 이어서 신문활용교육(NIE; Newspaper in Education)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미디어교육을 주요사업으로 채택한 한국언론재단은 교육팀을 만들고 미디어교육사업에 치중하였으나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미디어교육사업이 활성화되고 신문진흥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특활시간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취향에 따라 수업에 참석하는 형식적인 수준에서 탈피하여 학교의 정규 교과목에 접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 실천방안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바른생활 과목을 가르치고 4학년이상 고학년에 진급하면서 기초적인 신문활용교육의 실시가 필요하다. 4학년이면 연령상 10세가 갓 지나 1차 성숙기에 접어 들기 때문에 이 기회에 신문활용교육이 이뤄지면 효과적이다.

미국신문협회가 신문구독에 대해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18~24세 사이 독자 1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13~17세 사이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신문을 읽었으며 성인이 된 현재도 신문을 읽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이들의 30%는 10대시절 10대에 관련된 기사를 처음 접하면서 신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 전역에서 220개 신문이 10대 전용 섹션을 발행하고 있을 정도로 젊은 층을 위한 컨텐츠개발이 신문위기 탈출의 한 방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일정 신문을 구독하여 학생들이 기사를 읽고 느끼는 점을 쓰기, 또는 좋은 기사. 나쁜 기사고르기와 그 이유를 쓰고 자신이 바라는 방향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수업함으로써 판단력과 문장력을 기르는 훈련이 될 것이다.

문제는 교과목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사료되나 의식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년별 수준에 적합한 교재를 개발하면 가능할 것이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그 수준에 맞게 논술을 쓰고 자아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학생들에게 가정에서 신문구독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확인한 결과 한 반에 10%정도의 학부모가 신문을 구독하고 있으며 본인은 신문을 잘 읽지 않는다는 대답을 얻었다.

학생들에게 신문구독 기회를 넓혀주는 대책이 요구된다. 또한 수시로 기사작성을 통해 뉴스의 기본을 익히고 사회적 안목을 넓힐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읽기문화의 캠페인을 자주 접하는데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신문연구의 효과를 거두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며 재단측에서 인터넷 포털 포미(for me)를 개설하여 수업지도안을 제공하고 있으나 그 보다 실용적인 것은 미디어교육을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시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선적으로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예비교사들에게 미디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도를 인식시키고 학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언론관련 단체들이 신문에 대한 단편적 지식으로 NIE현장에 뛰어들어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사례가 발생하지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 지 용(편집이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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