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나쁜선택 최대한 막아주는 실천적 가치 담겨”
“사진처럼 ‘원판 불변의 법칙’이 삶에 바로 적용된다”
“시중에 강해야 삶이 희망 행복으로 충만할 수 있다”

[광명=일간투데이 이상영 기자] “우린 매일매일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그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원인 불변의 법칙’에 따라 좋은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나쁜 선택은 나쁜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사진에 적용되는 ‘원판 불변의 법칙’이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용 시리즈 3권 <희망을 잉태한 동사와 놀아보자>를 펴낸 시인 이운묵의 얘기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도 선택의 고통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자유와 권리, 책임이 선택에서 동시에 발아하기 때문이다. 그럼 최선은 차치하더라도 나쁜 선택을 피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가장 적절한 순간에, 가장 알맞은 속도로, 배트가 공을 정확히 맞출 때 비로소 홈런이 터진다. 적시적합이 통한 것이다. 오늘날 지도자는 물론 보통사람도 이처럼 중용의 핵심인 ‘시중’에 강해야 한다. 그래야 삶이 희망과 행복으로 충만할 수 있다.”

-시인이 중용 해설서를 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끊임없이 행자상지(行者常至)하고, 문제의식 속에 시대를 조응해 보려고 나는 글을 쓴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격언이 있는데, 이는 나의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중용은 억지 부리지 않고 상식에 어긋나지 않으며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자아 정체성을 잃지 않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실천적 가치를 제시한다.”

-<희망을 잉태한 동사와 놀아보자>는 마치 중용 사용설명서 같다. 담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먼저 나온 <잠든 명사를 깨워 놀아보자>가 중용의 학문적 이론체계에 무게를 둔데 비해 <희망을 잉태한 동사와 놀아보자>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 중심으로 ‘균형과 조화’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갈등은 불균형과 부조화로부터 시작된다.”

-중용의 핵심, 시중이 과연 생활철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발하지 않은 상태를 ‘중(中)’이라 하고, 발하여 절도에 맞으면 이를 ‘화(和)’라 말한다. 희로애락은 그야말로 물결처럼 일렁이고 구름처럼 잠시 생겨났다 연기처럼 흩어지고 다시 바람처럼 나타나는 심리현상이다. 이때 절도에 맞게 화(和)가 이뤄지려면 시중에 의한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시중이 판단기준인 셈인데,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기 위해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문정신이다.”

-우리 사회가 양극단으로 치달리는 양상이다. 시중의 부재 때문인가.

“그렇다. 이기주의와 집단주의가 결합한 대립적 현상이다. 나 또는 우리만 잘 살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하니, 극한대립과 비타협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엄밀하고 정교한 불임의 시대가 찾아든 것이다. 합리적 타협, 균형과 조화가 결핍된 만큼 실용적 중용 사상이 더욱 간절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주석서에 비해 전문성이 처지고, 대중서로 보기엔 다소 전문적이다.

“글을 어렵게 써서 중용에 대한 거리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한 권의 에세이처럼 쉽게 읽혀 중용의 인문정신이 이해되고 실천철학으로 이어지기를 원한다. 제아무리 훌륭한 학문이라도 삶에 행복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형식의 불과한 학문이고 무미건조한 철학에 불과하다. 학문을 위한 학문은 이제 청산해야 한다.”

-중용과는 언제 어떻게 만났나.

“유년시절 꾸중 듣고 혼날 때마다 아버님이 요순시대의 태평성대와 춘추전국시대 얘기를 들려줬다. 그러다 20년이 넘은 뒤 출판사 편집장을 하던 어느 날 중용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느닺없이 찾아든 중용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나에게 선사했다.”

-중용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시가 혹시 있나.

“7~8편 가량 된다. “팽이처럼 중심 잡고 돌아야한다/팽이처럼 맞았으니 돌고 돌아야한다/중심은 내가 사는 방식/미친 듯이 돌고 돌아야 내가 살지(돌아야 한다 中)나 미래와 과거/그 사이엔 현실 경계 있고/문명과 자연/그 사이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있다/.../아! 나의 존재/난 헤아릴 수가 없구나(한 알 모래알 中)가 대표적인 예인데, 적잖은 호응을 얻었다.”

-<희망을 잉태한 동사와 놀아보자>를 꼭 읽었으면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보통사람이 읽었으면 한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사람은 내세울 것도 없고, 잘 나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은 문명의 소용돌이에 덜 휘말려야 행복해진다. 그리고 살아남을 수 있다.”

-<고사성어로 읽는 중용> <잠든 명사를 깨워 놀아보자> 등 중용 관련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았겠다.

“출판시장이 단군 이래 최악의 상황 아닌가. 경제적 어려움이 크고, 그 어려움을 감당해 내는 아내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그래도 오는 11월경 출간 예정인 중용 시리즈 4권 <이자견 저자견(爾者見 狙者見)>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4 우수콘텐츠’ 인문교양 부문에 선정돼 너무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아내도 이를 계기로 남편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해 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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