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지용 기자]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 그것의 성질. 내용을 포괄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곧 이름이다. 각종 제조품에도 그 물품의 특성을 규정하는 품명이 있고 또 이것을 판매하는 가게에도 판매 품목의 종류. 성격을 대변하는 간판이 있다.

인간에게도 그가 속한 종족. 가문의 표시와 누구라고 호칭되는 이름이 있다. 이 이름은 그 사람의 인상과 품격. 사회적인 가치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여한다. 40억 인구가 공생하는 지구촌에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명멸하고 있으며 이 사건,사고가 다중에게 영향을 준다거나 흥미가 있다거나 색다른 요소가 있을 때 곧 이를 뉴스라고 정의한다.

이 뉴스는 기자라는 커뮤니케이터에 의해서 기사화되어 신문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수용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이 기사는 내용과 성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기사마다 그 특성을 함축하는 대표적인 이름이 필요하게 되고 그 이름을 압축하고 요약하여 표현하는 기법이 요청되게 되었다.
이 때 압축. 요약되는 기사로 표현되는 문장을 제목이라고 지칭하는 기사의 간판인 셈이다. 이 간판이 수용자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어떤 효과를 유발, 설득하거나 일정한 행동을 요구할 때 제목으로서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신문제목은 뉴스의 가치측정을 하여 등급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지면을 미화 시키는 역할도 한다. 또한 제목문장은 홍보적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고 독자를 설득하는 계도기능. 간접표현으로 독자를 이해시키는 암시적 기능도 한다. 따라서 제목의 형태도 기본적으로 주.부제목으로 꾸며지는 원형제목과 사실 안내를 하고 팩트를 강조하는 변형제목. 문패제목. 대립제목 등이 있다.
가로신문이 정형화 되면서 제목형태의 모형이 다양하게 좌우끝맞추기. 다이아몬드형. 피라미드형. 평행사변형 등을 활용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제목문장을 중심으로 주관제목과 객관제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61년 군사쿠데타 등 격변의 회오리에서 신문의 변혁이 시도되는데 그 첫 째가 구어체 제목이다. “쌀을 주시오” “우리 앞에 이변은 없다” “공포(空砲), 현병이 먼저 쐈다” 등 형식의 제목이 60년대를 한동안 풍미했다. 이러한 형식의 제목은 지나치게 선동적이며 주관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퇴각하고 70년대부터는 정형을 갖춘 홍보적 역할을 하는 제목 ‘이달 중 여야 영수회담’ ‘올 여름 전력난 비상’ ‘달없는 한가위’ 등 평이한 정석적인 제목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80년대에는 신문에 많은 변혁이 이뤄졌다. 서울신문이 CTS제작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가로신문체제가 정착하기 시작했고 매일 컬러신문제작에 이어서 신문제목의 혁신이 일어났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흥미있는 신문제목 스타일로 구어체 제목을 꼽을 수 있다.

이 무렵 동아일보 스포츠면이 전향적인 제목스타일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스포츠서울은 창간과 동시에 전면 가로신문이 국내 처음 시도했고 제목 또한 완전히 구어체 제목으로 전환하였다. ‘박종환감독 프로팀 간다’ ‘이만기는 이만기다’ ‘골키퍼 어디갔나’ ‘쌍폭격기 이상없다‘ 등 단정적이고 대화체 형식의 제목이 구어체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암시성 제목이 등장, ‘교단의 추(醜)’ ‘함값 때문에...’ ‘눈감은 시민정신’ ‘비겁한 이웃’ ‘이럴수가...스승이 제자를’ 에 이어서 ‘일본을 벗기니 일본이 없네’ ‘절은 90도 말은 180도’ ‘땀 한말 눈물 한짐’ ‘불에 몸데고 법에 마음데고’ ‘내민 손, 감춘 손. 거둔 손’ ‘軍소리마’ ‘밑빠진 公자금 뼈빠진 국민’ ‘두 자녀 가슴에 묻고...입양아 가슴에 품어’ ‘盧는 “GO”...高는 “NO”...개각 정면충돌’ ‘죽끓는 정책...죽쑤는 시장’ ‘인심은 줍고 근심은 쓸지요’ ‘뉴욕 OFF’ 등 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주는 ‘느끼는 제목’이 신문제목의 한 장르로 발전하는 양상을 띠었다. 이처럼 제목이 감동에만 핀트를 맞추다 보니 센세이셔널한 제목으로 상승효과를 불러 일으켜 제목이 널뛰는 현상을 낳고 말았다.

뉴스의 흐름을 모르는 독자를 외면, 편집자만 이해하는 암호적인 제목스타일로 둔갑하여 ‘백화점 외제장사...국산품은 꺼져’ ‘버스 한강에 다이빙’ 식으로 발전하더니 마침내 삼성전자 구조조정 기사를 ‘삼성전자 위기앞에 칼들었다’로 표현하는가 하면 박대통령과 최경환부총리의 하반기 경제운영계획기사를 ‘헬리콥터 朴.崔, 하반기 41조 투하’로 제목을 뽑았다.
‘어디가 女’ 도 냉큼 이해하기 힘든 널뛰는 제목의 표본이다. 제목이 독자에 일정한 이미지를 심는 감동적인 제목과 지나치게 잘 해보려고 과장하는 ‘널뛰는 제목’을 구분할 줄 알아야 신문제목을 다루는 바른 자세다.


김 지 용(편집이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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