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중석 편집국장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오랜 진통끝에 착공됐다.

월성원자력 환경관리센터란 새 이름으로 건설되는 방폐장은 우선 1단계로 10만 드럼 저장고가 오는 2009년에 준공된다.

나머지 80만 드럼 짜리 공간이 단계적으로 마련되면 앞으로 60년 이상 방사성 폐기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하 130미터 깊이의 바위 속에 수직 원통형으로 건설되는데, 원자력 안전 관리의 모범인 스웨덴의 처리장과 같은 동굴 방식이다.

이번 방폐장 착공은 ‘님비현상’을 극복하고 이른바 기피시설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주민 의사를 반영해 유치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사실 방폐장 건설 사업은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국가적 난제였다. 지난 21년 동안 정부는 무려 9차례에 걸쳐 안면도, 부안 등에 방폐장 건설을 추진했다.

그 때마다 정책 오류를 빚고, 사회 물의만 일으켰을 뿐, 부지 선정엔 실패했다. 오히려 해당 지역 주민 사이 갈등을 부르는 등의 휴유증만 남겼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극복한 지역이 바로 경주다. 2년전 경주 시민들은 주민 투표제를 도입, 89.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방폐장 건설을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국민적 화합으로 승화시킨 갈등 해결의 모범적 선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방폐장이 건설되는 경주는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사업 추진 및 유치지역지원 55개 사업에 대한 12개 관련부처의 지원 등을 약속 받아 ‘첨단 에너지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는 아시아에선 최초로 동굴처분방식을 적용, 100% 국산기술로 건설함으로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지역 원전에서 처분시설까지의 방사성폐기물 운반은 특수용기와 선박을 이용, 안전한 해상운송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는 방사성폐기물을 인수받아 안정성 검사에 통과된 드럼에 한해서만 10cm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용기에 넣어 지하 80m~130m 깊이 암반 내부에 건설된 처분동굴에 적재한다.

원유 1배럴 100달러 고유가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요즘 원자력은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에너지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80~90년대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홀대받던 원자력 발전이 르네상스를 맞은 것이다.

발전용 원자로는 미국이 103기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프랑스, 일본도 50기가 넘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모두 20기를 가동중인 우리나라는 전체 발전량의 40%를 원자력이 차지하고 있다. 이젠 터키, 인도네시아, 베트남까지 원전 건설에 뛰어들고 있을 정도다.

이번 중·저준위 방폐장 착공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있다. 방사성 단위가 더 높은 사용후 핵 연료 처리 문제다.

사용후 핵 연료는 현재 원자력 발전소 별로 임시 저장하고 있는데 오는 2016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늦어도 대선이 끝난 내년부턴 국민 여론 수렴 등 본격적인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방폐장 부지를 주민 지지속에 투명하게 선정한 경험이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도 민주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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