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한강변에 새 제방들을 쌓고, 기존 제방은 강 쪽으로 더 들여 다시 쌓으면서 확보한 택지를 팔아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이른바 ‘공유수면 매립공사’사업이다. 기업.종교단체.고위 장성 등도 큰 이권사업임을 알고 달려들었다.

1962년 제정된 공유수면매립법에 따라 한강변에는 크고 작은 공유수면 매립공사가 진행됐다. 동부이촌동.압구정동.잠실.반포 아파트단지의 부지가 그렇게 조성된 땅이다. 동작동 국립현충원 앞 원불교 중앙본부와 합정동 천주교 절두산교회는 종교단체에서 매립했다. 매립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압력도 있었고, 정치자금 개입설도 나돌았지만 국가 기간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이란 명분이 있었다.

매립지들 가운데 아파트 문화를 선도한 동부이촌동은 67년 설립된 한국수자원개발공사의 1호 사업이었다. 소양강댐 건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68년 착공해 69년 6월 준공된 약 12만2천평의 매립지 중 도로.제방부지를 제외한 약 9만평이 수자원공사에게 돌아갔다. 이 곳에는 공무원아파트단지(69년), 한강맨션아파트단지(70년), 외인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그 뒤 아파트 붐이 일면서 민간주택업자들이 뛰어들어 한강 백사장을 우리나라 최대 아파트단지로 탈바꿈시켰다.

지금의 동작대교 남단 지하철 4호선 동작역의 동쪽 일대도 원래 한강 백사장이었다. 36년 발간된 ‘대경성전도’를 보면 이 지역은 동부이촌동 백사장과 연결돼 큰 반원형의 백사장을 이루고 있다. 삼부.현대.대림건설이 70년 1월 7일 이 지역 18만9천여평의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서울시에 신청했다. 건설부는 그해 2월 19일 서울시에서 올린 매립면허 신청을 허가했다. 3개 회사는 매립면허를 받은 즉시 공동으로 매립공사를 전담하는 경인개발㈜를 설립했다. 70년 7월 착공한 매립공사는 꼭 2년 두에 준공됐다. 이들 회사는 총 매립면적 18만9천여평 중 공공용지 2만9천평을 제외한 16만여평을 갖게 됐다. 대한주택공사가 73년 이 곳을 사들여 5,6층짜리 아파트 99개동 3천6백50가구를 지어 일반에 분양했다. 현재 구반포 아파트단지다.

뚝섬에서 광나루까지도 원래 제방이 없었다. 68년 수자원공사가 이곳에 제방을 쌓고 매립하겠다고 신청했으나 공사에 쓸 흙이 없어 방치하다가 73년 매립면허를 반납했다. 그러나 한강 개발사업의 하나로 광나루까지 강변도로를 건설키로 한 서울시는 이 지역을 매립해야만 했다. 시는 우선 강바닥의 모래.자갈을 긁어모아 제방도로를 완공했다. 하지만 구의지구 택지 조성에 필요한 흙이 부족하자 시는 쓰레기로 매립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내 모든 쓰레기가 이 곳에 모아졌다. 지하철 1호선 건설 공사에서 나온 흙으로 쓰레기를 덮었다. 74년 8월 15일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됐을 때 택지 조성사업도 거의 마무리됐다.
시가 제방을 쌓고, 택지도 조성했기 때문에 구의지구 택지는 모두 시유지가 됐다. 그러나 쓰레기로 매립했기 때문에 당장 건축을 할 수 없었다. 기반이 다져질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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