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지용 기자] 신문개혁 14- 새로 쓰는 신문문법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필립 마이어 교수는 ‘소멸하는 신문’(the vanishing newspaper)이란 저서에서 현재와 같은 속도로 신문 구독자수가 계속 감소해 나가면 2043년 초에는 지구상에서 신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1884년 전신메시지 송수신시대가 열리면서 전파미디어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컴퓨터가 확산되면서 이제 인쇄. 출판업은 종언을 고했다는 비관적 전망이 이어졌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마켓워치 등 미국 언론은 지난 7월15일 구인 구직 정보업체 ‘커리어캐스트’가 선정한 ‘10대 몰락직종’ 발표를 인용, 향후 몰락할 직종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존재하는 직업 중 앞으로 없어 질 가능성이 가장 큰 직업 1위는 우체부로 꼽고 신문기자도 4위로 기록하여 충격을 줬다. 우체부에 이어 농부, 검침원, 신문기자, 여행사 직원 순으로 직종명을 올리며 고용하락률이 1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저명한 언론학자 존 매릴 교수는 “지금까지는 메시지가 미디어를 발전시켜 왔지만 이제는 미디어가 메시지를 만든다” 고 한 말을 실감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의 9.11테러를 두 달전에 이미 예견했던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오늘 날 미디어산업을 ‘잔인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같이 미디어산업 특히 신문미디어는 비관적 진단의 중심에 서 있다. 수세기동안 정보매체를 리드해 오던 신문미디어가 사양길에 들어 선 원인은 과학의 발전으로 수작업에 의존하던 신문산업에 혁신이 이뤄진 까닭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신문환경의 변화다. 근대신문이 태동할 당시 선배들은 가정을 돌 볼 여력이 없어도 신문의 장래를 믿었고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지사적인 삶을 살았다. 수 개월씩 급여가 지연되어도 인내하고 견디면서 동료의식이 충만, 서로를 격려하며 포장마차에 마주 앉아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울분을 토로하기 예사였다.
격변의 시절에는 이웃을 먼저 감싸 안았으며 국가 부흥의 대열에서 분골쇄신, 정열을 쏟았다. 또한 부정부패에 맞서 청빈을 외쳤으며 민주화의 전선에선 춘추필봉을 휘둘러 온 국민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토록 사회적 신망이 두터웠음은 물론 신문기자를 최고의 직업으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마포 털보집. 광화문 열차집으로 각 신문사 동료들 끼리 모여 회포도 풀고 정을 나누며 정의를 부르짖었다.
특히 사직동 털보집은 신문기자들의 장부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신문기자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장부에 이름만 올려놓고 나중에 형편이 돌면 한꺼번에 장부를 정리해 주는 낭만도 있었다. 신문기자 사회에서만 가능했던 객기이기도 하였다.
이토록 갖은 역경과 낭만 속에서 신문기자 몇 세대가 순환되어도 그 분위기와 전통은 변함없이 이어져 온 자부심이며 보람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신문이 경쟁체제로 전환되고 가로신문이 탄생하면서 횡적시대의 수평사회가 열려 선배들의 존재가치가 무시되고 구시대적 인사로 치부되는 삭막한 신문기자 사회로 돌변했다.

어찌보면 일관성 있게 선후배가 순환하는 체제로 이어졌으면 자연스럽게 신문이 발전하고 선후배관계가 바람직하게 유대를 맺을 수 있었겠지만 90년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선배그룹이 대규모로 정들었던 직장에서 매정하게 떠 밀리고 선후배관계는 깨졌다. 즉 신문사회의 바통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신문발전을 지연시켜 뒷걸음을 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선배들은 시름없이 하나씩 사위어 가고 있다. 오늘도 대한언론인회의 메시지가 폰에 뜬다. ‘ㅇㅇ회우 별세’ 선배의 부음에 앞서 비통한 마음이 앞을 가린다.

이렇게 찾아 온 신문위기는 선배들이 대책없이 후배들에게 물려 준 결과이기도 하다. 이 절체절명의 신문위기 속에 향후 신문이 제 궤도에 진입, 발전해 나아 갈 길을 제시하여 새로운 신문 문법을 세우고자 한다.
일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후배들이 부단히 연구하고 개발해 나아가다 보면 한국적 신문의 새 장이 확실히 열릴 것으로 믿는다.

김 지 용(편집이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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