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안정,설비 확장 효과
한진그룹은 지난달 초 보유지분 3198만주를 1조9830억원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의 자회사 AOC에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주식 35%를 보유한 아람코가 한진그룹 지분을 매입하면 총 63.4% 지분을 확보하면서 단독으로 에쓰오일을 이끌게 된다. 한진그룹으로선 2007년 에쓰오일 자사주를 전량 사들여 2대주주 지위를 누린 이후 7년 만에 에쓰오일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 셈이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이 쌍용그룹에서 분리되기 전인 1991년 지분을 확보, 지금까지 이 회사와 연을 이어왔다.
그간 한진과 아람코는 우호적 관계로 에쓰오일의 부흥기를 함께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기업마다 극도의 긴축을 감행할 때 에쓰오일은 1조원 이상 쏟아부어 파라자일렌(PX)공장을 증설, PX 호황기 최대 수혜자가 됐다. 2011년 공장 완공 직후 PX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진과 아람코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의장을 맡은 이사회를 6대 5 비율로 함께 이끌었다. 물류기업으로 유가 흐름을 기민하게 파악해야 하는 한진그룹은 에쓰오일 주주로 활동하며 세계 유가, 에너지 정보 등을 시시각각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득을 봤을 것이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가능성을 믿고 한진 지분을 전액 인수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단독으로 회사를 맡으면서 에쓰오일의 설비투자도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017년까지 울산 온산공단에 5조원을 투입해 제2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사업의 추진력에서 아람코의 경영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에쓰오일은 제1공장을 둔 울산 온산공단 내에 새로 고도화 시설을 설립, 이곳에서 프로필렌 등 올레핀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쌍용그룹에서 1999년 분리된 후 후 한진이 지분을 매입한 2007년까지 아람코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끈 적이 있다"며 "급격한 변화보다 신성장동력을 찾아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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