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희생자들 갈수록 늘어나

[일간투데이 정구영 기자]

2007년 23살의 젊은 노동자 황유미가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 삼성에 입사했던 그녀는 택시운전으로 지친 아버지를 위해 좋은 집을 장만해 드리고, 첫 월급으로 예쁜 내복 한벌을 선물하는 행복한 미래를 꿈꿨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서운 병을 얻게 돼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다.
삼성 반도체 피해자는 황유미 뿐만이 아니었다. 황유미와 같은 라인에서 일했던 언니도 백혈병이었고, 같이 일하던 다른이들도 점차 건강을 잃었다. 이 젊은 노동자들은 꽃같은 나이에 이름도 모르는 희귀병, 목숨을 내놔야 하는 암과 백혈병 등으로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났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집계에 따르면그 피해 인원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고 황유미양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금쪽같은 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거대 삼성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그 기나긴 싸움이 시작 되면서 하나 둘씩 삼성에서 근무하다가 희생되는 이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이들이 삶을 잃었다.

삼성반도체 사태는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정부는 이들이 거대재벌로 부터 인권을 유린당하고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 특별법에 목숨건 여야 정치인들은 왜 삼성특별법을 만들려 하지 않을까? 유력 언론은 왜 삼성의 나팔수 역할에 앞을 다투기만 할까? 도대체 이 나라가 헌법을 수호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맞는 것일까? 반도체 피해자들의 진심을 왜곡하고 진정성을 희석 시키는 일을 이제는 거두어야 할때라고 본다.

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삼성 측이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산재를 인정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제2, 제3의 황유미가 나오지 않도록 근로환경을 개선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여전히 지난 5월 내놓은 협상안의 테두리 안에서 같은 말만 되풀이 할뿐이다.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은 고 황유미, 고 이숙영 등 에게만 산업재해를 인정했고, 고 황민웅, 김은경, 송창호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를 부인했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같은 상황에서 반도체 피해 사망자를 양산한 삼성은 지금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삼성의 후계구도,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 삼성전자 제품의 시장 점유율등 다 각도로 뉴스를 장악하고 그들을 후원해 주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삼성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조금씩 좋아 지고 있다는 삼성측의 발표는 특별한 이슈도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각 매스컴을 통해 흘러 나오고 있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지 100여일을 훌쩍 넘기면서 손가락을 움직이고 눈을 깜박 거렸다든지 하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용하면서 유력 언론에서 봇물터지듯 쏟아내는 이건희 회장의 신상관련뉴스는 도가 지나칠 정도다. 물론 한나라의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가진 것이 너무나 많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암 등으로 희생당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피끓는 얘기는 춥고 어두운 그늘에 가려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희생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줘야 할 것이다. 언론은 더이상 펜을 꺾으려 하지말고 본연의 위치에서 이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목탁으로, 공기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진실성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여야 정치인들 역시 세월호 특별법에만 목숨걸고 공방을 벌일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 피해자들의 절규를 직시하고 삼성 특별법을 추진 해야만 한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사람의 생명은 가진자나 못가진자나 똑같이 소중하다고.... 그러나 작금의 우리는 가진 것이 없기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면서도 그 진실을 규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들의 원혼을 달래주고 참극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정치인들이, 언론이, 정부가 깨어나야 할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지키는 국가의 수장으로써 삼성 특별법을 만들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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