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조용'...한전만 승리한 셈

▲ 한전부지는 결국 현대차 정몽구 회장에게 낙찰됐다. 하지만 '승자의저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잃을게 없다. 현대차는 18일 주가가 내렸다. (사진=YTN 뉴스화면 캡처)

[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한전부지가 현대차에 10조 넘게 팔리자 한전만 덕을 본 셈이됐다. 탈락한 삼성도 손해볼게 없다. 현대차가 삼성과의 ‘한전부지’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현대차 주가만 하락세다.

18일 오전 11시5분 현재 현대차는 전일보다 2.98%(6500원) 하락한 21만1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국전력은 2.39%(1050원) 오른 4만4900원으로 상승세다.

이날 한전은 서울 삼성동 부지 입찰 결과 현대차그룹이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낙찰 가격은 10조5500원으로 부지 감정가인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이번 입찰에는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등 13개 응찰자가 참여했으며 재계 1, 2위 삼성과 현대차의 싸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편 삼성은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현대차그룹에 내주게 됐지만 내부 분위기는 조용하다. 입찰 참여 전부터 극도의 정중동 행보를 보여온 까닭에 패배 사실이 알려진 직후에도 전반적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직원들은 ‘안타깝다’며 아쉬워하는 모습과,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며 자위하는 반응도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판단은 합리적 기준에서 이뤄져야하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분명 효용가치가 큰 자산이지만 무리하면서까지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를 위해 옳은 판단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치와 경제적 효용을 냉정하게 따져 입찰가를 정했지만, 현대차그룹이 합리적 선을 넘는 가격을 적어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찰 패배로 삼성이 잃을 것은 없다.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응찰했지만 현대차그룹과 달리 별도의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 이사회내 사내이사로 구성되는 경영위원회의 논의만 거쳤을 뿐이다. 자기자본의 0.1%를 넘는 제3자와의 부동산 거래는 경영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이사회 규정 때문이다. 경영위원회에는 이재용 부회장도 참석하지 않는다. 결국 기술적으로 이번 입찰은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사옥 마련을 위해 일상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다 여의치 않게 된 것에 불과하다.

디만 협소한 사무공간 문제는 계속 남게 됐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서초사옥이지만 최근 몇 년새 사세가 확장되면서 사무공간이 협소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원과 기흥 등으로 뿔뿔히 흩어진 전자 계열사들이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양재동 사옥이 협소하다하지만 삼성의 사무공간 문제도 그 못지 않게 심각하다.

아울러 새 사옥마련을 위해 수 조원의 지출의사를 밝인 만큼 최근 실적부진과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배당확대 목소리가 더 높아질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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