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5선의 문희상 의원(의정부 갑)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로 꼽히는 친노(親盧)계와 DJ의 동교동계 양쪽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당(黨) 의장을 지냈고, 지난해 비대위원장직을 맡으며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문 의원은 계속 고사하다가 거듭된 설득 끝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새정치연합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계파 갈등 해결, 세월호 특별법 합의, 전당대회 룰 확정 등 난제(難題)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이 ‘대표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야당은 최근 10년간 지도부가 26번 바뀔 만큼 ‘리더십 부재’에 시달려왔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불과 1달 만에 사퇴했으며, 그에 앞서 안철수·김한길 지도부도 5개월 만에 물러났다.
새정치연합은 19일쯤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박영선 원내대표가 연석회의에서 추대된 후보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차기 비대위원장 선출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서로에 돌 던진 모두가 敗者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취 파동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당무 복귀를 선언했다.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한다거나, 연락을 끊고 잠적한 점을 의식한 듯 ‘총의(總意)’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무산으로 계파 갈등이 촉발된 지 엿새 만에 박영선 파동은 정리됐다. 박 원내대표가 ‘심려’를 끼친 동안 새정치연합은 바닥을 드러냈다. 공당(公黨)의 모습은 실종됐고, 계파 이익만 번득이는 민낯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말미에 “많이 부족한 제가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드리는 애절한 호소”라며 “당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박 원내대표는 한때 세월호법 협상 및 외부인사 영입 무산 파동 등의 뒷얘기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당무에 복귀한 만큼 확전하지 않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기자회견문 초안에는 차기 당권에 집착해 사분오열하는 당내 계파정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지만 빠졌다고 한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박영선 파동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박영선 파동에 얽힌 인사들은 모두 상처를 크게 입은 패자가 됐다는 반응이 많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강경파

박 원내대표가 당무 복귀를 선언한 17일에도 강경파인 유승희 은수미 이인영 의원 등 10여 명은 국회에서 긴급 모임을 열어 박 원내대표를 향해 “하루빨리 원내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유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탈당 논란은 유감이지만 원내대표직 조기사퇴 의사 등을 밝힌 점은 수용한다”며 “조속히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계속하기로 한 데 대해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즉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강경파 일부는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 협상을 빌미로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원내지도부는 전날 당 소속 의원 전체를 상대로 ‘박 원내대표는 당분간 세월호 특별법 해결에 노력한다. 원내대표직은 그 뒤에 내려놓는다’는 방안에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강경파 일부 의원은 답변을 유보했다.
은 의원은 트위터에서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협상)에서 손을 떼고 당은 진상규명팀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잘못해 사퇴 요구를 받은 분이 탈당을 거론하면서 (재신임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건 당혹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도 성향의 이언주 의원은 라디오에서 “박 원내대표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당의 소중한 인재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동지애라는 게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이 공당(公黨)으로서의 의무는 외면한 채 낡은 선명성 경쟁이나 일삼으며 계파적 이해관계만 추구하는 당의 체질을 혁신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박 원내대표도 복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의 좌절감을 토로하며 “이 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또 집권을 꿈꾼다면, 당의 현재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고 끊임없이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가 진정 당을 위하고 국민을 의식한다면 국회 정상화에 마지막 책무를 다함으로써 자신이 말한 ‘환골탈태’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