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품만 쏙 빼고 일본 비롯 외제로 치장

[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롯데그룹이 일본색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직원들에게 한국사 시험을 치르는 등 '탈日色'을 외쳤지만 제2롯데월드에 일본 도요타자동차만 입점을 허락하는 등 日色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썽많았던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을 앞두고 한국제품만 빼고 일본을 비롯, 외제품 일색으로 치장해야만 진정 롯데월드타워가 되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때다.

19일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가 제2롯데월드로 본사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롯데가 유통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제2롯데월드 쇼핑몰 1층 매장에 도요타 전시장을 확보해주고, 도요타 외에 다른 자동차 회사는 입점하지 않도록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 측은 이에 “한국 도요타가 본사를 현재 역삼동에서 제2롯데월드로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1층에 도요타의 콘셉트카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제2롯데월드에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중 유일하게 체험관 형태의 실질적인 전시장을 마련한 셈이다.

제2롯데월드로 본사를 옮기려는 도요타자동차한국법인(이하 도요타)은 본사 이전의 한 조건으로 자사 자동차 전시장 마련과 함께 현대자동차 등 여타 자동차 메이커에게 유사 공간 제공 금지를 내걸었고 롯데 측은 이를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강자인 도요타가 서울의 또 하나 랜드마크가 될 제2롯데월드에 사실상 자동차 판매영업이 가능한 전시장을 마련하자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여타 국내 주요 그룹들도 이들 양 그룹간 밀월배경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일본 재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롯데그룹이 일본 대표적 그룹인 도요타와 국내에서 신 비지니스를 도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도요타한국법인 본사를 제2롯데월드로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롯데와 도요타간 배타적 협력관계가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각에서는 롯데와 도요타 간 이종 협업(콜라보레이션) 마케팅 등 공동사업 추진설도 나도는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은 오래 전 자동차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도요타와 비지니스 채널을 가동하기도 했다.

한편 도요타 측도 전시장 입점과 관련, “제2롯데월드 쇼핑몰 1층에 브랜드 체험관 입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장 규모나 입점 날짜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라면서 “현재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 여부에 대해 비난여론이 확산되면서 입점 계획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신중히 대응했다.

도요타는 서울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 저층부 상가동의 쇼핑몰 1층에 ‘브랜드 체험관’을 입점, 렉서스 캠리등 도요타 대표적 차량 전시를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충남 등 전국에 18개의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롯데측이 그룹 숙업사업장인 제2롯데월드에 자동차, 그것도 일본 차량 전시장을 마련하자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들이다. 유명 백화점이나 쇼핑몰 1층에는 보통 명품 브랜드나 의류, 잡화매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롯데와 더불어 국내 유통업계를 이끌고 있는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이나 쇼핑몰 1층에 자동차 매장이나 전시장은 전혀 없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보통 백화점 외부 야외 광장 등에서 이벤트나 시승 행사를 일회성으로 열기는 하지만, 1층에 단독 매장을 내주는 경우는 현재까지 전무하다”며 "제2롯데월드 쇼핑몰 1층의 경우,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점인데 이 곳에 도요타 전시장을 설치하는 것은 양 그룹간 특별한 사정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체로 재계 관계자들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자 대한민국 랜드마크를 꿈꾸는 제2롯데월드에 일본의 대표 자동차 회사가 입점하는 데 대해 많은 궁금증을 품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도요타가 한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제2롯데월드에 입점하지 않도록 요구했고, 롯데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담담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도요타의 신형 캠리가 이르면 10월말쯤 국내시장에 출시될 예정인 까닭에, 이때 제2롯데월드에 신형 캠리가 전시될 소지도 있어 현대차도 내심 긴장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지적들이다. 서울시는 이달말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형 캠리는 현대차의 LF소나타와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도요타의 야심작이다.

한편 롯데와 도요타의 협력관계는 지난 수십년간 지속됐다. 2004년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도요타 정신을 벤치마킹해 롯데정신을 창조하는 것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도요타 정신 전파의 일환으로 비생산, 비효율, 비합리 등 3비(非) 타파를 통해 전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경영 마인드로 무장한다는데 주안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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