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지용 기자]

뉴욕의 밤거리는 ‘아가씨와 건달들’만 넘쳐나는 게 아니었다. 자정이 지나면 뒷골목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노숙자나 걸인이 아닌 프리건(Freegan)족이다. 바로 환경 보호를 부르짖으며, 물질주의의 세계화를 거부하는 ‘프리거니즘(Freeganism)’의 신봉자들인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프리건은 다양한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프리건의 가치는 바로 ‘나눔’이다. 이러한 프리건족 행사는 사회운동가인 크리스티앙(Christian)의 힘으로 가능했다. 그는 버려진 제품들을 다시 재분배하는 일이 중요하다.

프리건은 ‘자유롭다(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인데, 더불어 ‘공짜로 얻는다(Freegain)’는 의미도 있다. 먹는 것은 물론 쓰다 버린 옷과 가구 등 생활용품을 주워 재손질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원래 봉사단체로 시작됐는데 구성원 대부분이 변호사 등 중산층 전문직이다.

그들은 대체로 채식주의자들인데, 되도록 친환경 제품을 골라 쓰면서 음식 값을 절약한다는 원칙에 따른다. 버린 배추나 야채를 버무려 먹기도 한다. 뉴욕에서 프리건 활동이 왕성한 까닭은 쓸 만한 쓰레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뉴요커들은 단지 싫증났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일이 다반사라고 프리건 전문사이트가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비롯된 ‘게릴라 가드닝’(Guerrila Gardening)이 주목을 끈다. ’‘게릴라’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용어다. 스페인어로 게릴라는 ‘작은 전쟁’(Little war)이라는 뜻으로 스페인이 페르시아의 침략을 받자 정식 군인이 아닌 농부들과 주민들이 조직을 구성, 페르시아의 대군과 맞서 싸웠다. 이때부터 대규모의 군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의 인원으로 치르는 전쟁을 게릴라전(戰)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전쟁 용어인 게릴라는 정원과는 어떤 연관을 있는지 살펴보면 게릴라 가드닝은 원래 영국에서 시작된 녹색 캠페인 활동으로 마을과 주거지 주변에 버려졌거나 돌보지않는 땅을 마을사람들이 직접 가꾸는 것으로 ‘땅은 땅답게 사용한다’는 가치에 의미를 두고 있다. “총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는 것을 모토로 시작된 주거 녹색 캠페인이다.

1970년 미국 뉴욕, 휴스턴 거리의 한 공터에서 한밤중에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예술가 리즈 크리스티(Liz Christy)가 주축이 되어 모인 친구들로 자신들을 ‘그린 게릴라’(Green Guerrillas)라 칭하며 지저분한 공터의 쓰레기를 치워버리고 꽃밭을 만들었던 것이다.

다음날 뉴욕의 시민들은 쓰레기로 가득했던 빈터가 현란한 꽃밭으로 변해 있는 모습에 놀랐으나, 크리스트와 친구들은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땅 주인으로부터 ‘불법 침입’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고 말았다. 그들은 굴하지 않고 땅의 주인을 상대로 역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의 땅이라 할지라도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고 관리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것은 땅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 소송은 무려 7년 동안이나 끌었다. 언론이 이 송사를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면서 리즈와 그의 친구들이 벌인 그린 게릴라 운동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결국 소송은 뉴욕 시에서 이 땅을 사들여 공공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일단락이 났고, 이후 리즈의 사례는 세계적으로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용어로 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화염병 대신 꽃을 들고 있는 시위대를 그린 벽화가 게릴라 가드닝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널리 쓰인다. 영국 출신의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Banksy)의 작품. 그래피티(Graffiti)는 낡은 건물이나 공공장소의 벽에 그림과 글씨를 장식해 아름답게 꾸미는 독특한 예술영역이다.

게릴라 가드닝은 우리 주변에 방치되었거나 잘 관리되지 않는 땅을 가꾸는 작업이다. 따라서 토지소유자의 재고를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더불어 땅에 새로운 용도를 부여하거나 땅이 오용되고 있음을 인식하도록 해주기도 한다.

게릴라 가드닝 운동은 세계 30여 개국에서 일어나고 있고, 국제 해바라기 게릴라 가드닝의 날(The International Sunflower Guerrilla Gardening Day)은 매년 5월 첫째 날 열린다. 외부에 들어날 정도의 조직적인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현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으나 한국에서도 게릴라 가드닝 활동이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이 운동이 확산되면서 마을의 자투리 땅이나 구석에 버려진 땅이 마을의 화가. 공무원. 정원사. 자원봉사자들이 화단도 정리하고 죽은 나무를 뽑고 새로운 나무를 심으며 생명의 땅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매마른 도시생활을 희망과 인정이 넘치는 이웃으로 만든다는 취지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김 지 용(편집이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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