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연 김광진 "내부 협조없이 이런 일 힘들다"

[일간투데이 김태공 기자]
방위사업청이 중국산 군용모자(군모)를 국산이라고 속여 납품했다가 적발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에 또 다시 군모 납품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국방부 조사본부와 방위사업청(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육군 베레모 입찰에서 중국산 군모 납품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던 J업체가 또 다시 군모 22만개를 낙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지난 1월14일 제출한 '군용모 중국산 납품의혹 수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방사청과 군모 제조·납품 계약을 체결한 J업체는 지난 2008~2012년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국내에서 200만개의 모자 원단을 재단해 중국으로 보냈다.

이 업체는 반가공 과정을 거쳐 재수입한 후 국내 불법하청을 거쳐 완제품으로 만들어 국내 직접생산 제품인 것처럼 속여 납품해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 사건은 지난 1월15일 서울경찰청으로 사건이 이첩되어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방사청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J업체에 납품을 맡겼다가 뒤늦게 이를 알아채고 시험성적서 위변조를 이유로 부정당업체로 지정했다.

방사청이 3월17일 제출한 '군수품 시험성적서 위변조 적발현황'에 따르면 J업체는 지난 2011년에도 원자재 6종의 시험성적서의 시험의뢰 및 발행일자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지난 5월 부정당업체로 지정되어 3개월간 입찰제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J업체가 시험성적서 위변조가 적발된 지난 3월17일 서둘러 '2014년 육군베레모 입찰' 공고를 냈다. 납품 물량만 22만개에 달하는 입찰이었다. 그러나 방사청은 4월22일 J업체를 선정해 지난 7월부터 육군 훈련소 신병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200만개의 베레모에 이어 22만개를 추가로 낙찰 받은 업체를 한 달 가량이 지난 후 3개월간 입찰을 제한하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업체로서는 큰 손해 없이 22만개의 물량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방사청 내부의 협조가 없이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말이다.

김광진 의원은 이에 대해 "중국산 군모를 국내산으로 속여 납품하고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이 드러난 당일(3월17일) 방사청은 서둘러 입찰공고를 냈다"며 "부정당 업체로 지정되기 직전 J업체가 낙찰 받도록 하는 과정들이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이용걸 방사청장은 이같은 석연찮은 사실관계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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