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지용 기자] '음악적인 삶’을 그리며
조병화 시인은 “나는 시를 쓰는 게 아나야, 시를 사는 거야” 라고 말하고 있다. 영혼과 대화하며 생활하는 것이 즉 삶이며 시라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마찬가지로 음악인도 선율의 흐름 속에 자신을 투영하며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비교적 수명이 길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가곡‘그리운 금강산’을 불러 우리에게 큰 감명을 준 당대 제일의 테너가수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는 올해 나이 74살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인 그는 소년기에 멕시코에서 성장했고 그 곳 국립국악원에서 피아노를 배웠다.

테너로서 자질을 인정받아 1961년 멕시코에서 오페라 데뷔한데 이어 약관(弱冠)의 나이에 캘리포니아 몬탈레 가극장에서 ‘춘희’ 의 알프레드 역을 맡아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 후 이스라엘 ‧ 프랑스 등 전 유럽의 가극장을 누비며 1968년엔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진출함으로서 이름을 떨쳤다. 한국은 물론 동남아 무대에서도 명성을 떨친 플라시도 도밍고는 최근 많은 팬들로부터 “이제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쉬면 늙는다(If I rest, I rust)”라며 고개를 저었다. 바쁜 마음(Busy mind)이야말로 건강한 마음 (Healthy mind)이라는 것이다.

도밍고는 공연 뿐만 아니라 많은 음반을 취입했고 오페라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팝송을 부르는 모험도 보여준 성악가이다. 특히 도밍고는 같은 스페인 출신으로 5살 연하인 호세 카레라스와의 인연으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호세 카레라스가 1987년 백혈병으로 투병, 회생불능의 위기를 맞았을 때 도밍고가 남몰래 자활병원을 건립하여 카레라스의 치료를 지원하여 우정을 과시했다. 그 후 1990년 도밍고. 카레라스는 파바로티와 함께 세계 3대 테너 콘서트를 열어 세계적으로 감동의 박수를 받았다.

기록을 보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영국인 토마스 파(Thomas Parr)로 알려지고 있다. 1438년에 태어나 1589년에 사망했으니 152세까지 장수한 것으로 전해 진다. 155㎝의 키에 몸무게 53㎏의 작은 몸피였다고 한다. 80세에 처음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었고, 122세에 재혼까지 했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는 100살이 넘어서도 반나절은 밭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의 장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당시 영국 국왕이었던 찰스 1세가 그를 왕궁으로 초대해 성대한 생일축하 파티를 열어줬는데 소식(素食)만 하던 그가, 그 때 너무 많이 기름진 음식을 먹은 탓일까, 그 후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 당시 왕궁에서는 화가 루벤스를 불러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는데, 이 그림이 바로 그 유명한 스카치위스키‘올드 파(Old Parr)’의 상표가 되어 오늘 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 하는 수명에 관한 이야기는 예로부터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평균수명이 보통 120세 정도로 나온다. 지난 해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65세를 넘은 사람의 평균 수명이 91세라고 한다. 이쯤 되면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는 옛 시인의 허사(虛辭)에 불과하다.
100세 시대의 인생 백년을 누군가가 사계절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25세까지가 봄이고 50세까지가 여름, 75세까지가 가을이며 100세 쯤이 겨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70세 노인은,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만추(晩秋)쯤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80은 초겨울이 아닌가.

회갑(回甲) 개념이 없는 서양에서는 대체로 노인의 기준을 75세쯤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65세에서 75세까지를 활동적 은퇴기(Active retirement)라고 부른다. 비록 현업에서는 물러났지만 아직도 사회 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나이라는 것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Youth is not a time of life - it is a state of Mind).”

유대교 랍비이자 시인인 사무엘 울만(Ullman)은 그의 유명한 시(詩) ‘청춘’ (Youth)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장미의 아름다움과 같은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그래서 20세 청년보다도 70세 노년에게 청춘이 있다”.
1973년에 96세로 타계한 금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Casals)는 93세 때 UN에서 조국 카탈루냐의 민요 ‘새의 노래’(El Cant Del Ocells) 를 연주하고 평화에 관한 연설을
하여 세인을 놀라게 했다.‘늙어서도 뇌세포는 증식한다’는 말이 있듯 음악인이나 시인은 쉼없이 감정의 기류를 타기 때문에 늙음이 더디 오는 모양이다.

김 지 용(편집이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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