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관련 김 행장 역할 없어 지주사로부터 신임 잃어

▲ 김종준 하나은행장
[일간투데이 김상호 기자]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임기 5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30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김 행장은 지난 29일 개최한 하나·외환 통합 이사회에서 성공적인 통합작업을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두 은행의 합병 절차가 본격화되자, 지난 8월 "두 은행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던 결의 내용을 이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임기를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김 행장의 행보에 대해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 부분이 가장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통합과 관련해 김 행장이 하는 역할이 거의 없다보니 애초부터 지주사로부터 신임을 잃은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에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김 행장은 하나은행 노동조합과 고객 등을 일일이 발로 찾아다니며 통합에 대한 토론과 설문조사 등을 펼쳤다”며 관련 구설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 김 행장은 “두 은행의 통합 이사회 개최 시점에 맞춰 조직의 발전과 성공적이고 원활한 통합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양 은행 임직원이 힘을 합쳐 통합은행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최고의 은행, 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시켜주길 바란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시절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관련해 지난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중징계)를 받는 등 지속적으로 사퇴 압력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지만, 과거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 CEO들은 모두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중징계 이후에도 "임기 만료시까지 은행장 직무를 수행한다"는 뜻을 고수했지만, 지난 8월 돌연 조기 퇴진 의사를 밝혔다. 금융위원회에 통합 승인을 신청하는 시점에 물러남으로써 조직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김 행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하나금융은 “이번에 개최된 이사회와 관련해 양 행의 발전적인 통합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며 "그간 김 행장은 하나은행의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여간 수시로 영업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전국에 소재한 거래 기업체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거래관계를 심화시켰다"고 덧붙였다.

김 행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내부규정에 의해 은행장 직무대행은 선임 부행장인 김병호 부행장이 맡게 된다. 하나금융은 오는 11월 3일 김 행장의 퇴임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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