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3분기 연속 적자행진 내막

[일간투데이 김지용 기자] 3년전 중국의 저가공세에 ‘침몰’
현대중공업, 3분기 연속 적자행진 내막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최대 시련을 맞이했다.

3분기 실적집계 결과 분기 영업손실만 2조원에 육박한다. 올 들어 3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누적 적자만 3조원을 넘었다.

왜 이렇게 나락으로 빠진 것인가.

시작은 3년전인 지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그리스 등 대형 선주들이 몰려 있는 유럽이 휘청이면서 선박 발주가 급감했다. 이 때 저가수주를 앞세워 치고 나온 것이 중국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중국 정부의 금융 지원을 업고, 유럽 선주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통상 대형 선박 한 척을 만드는 데 2년 이상 걸린다. 특히 선박건조 자금은 수조원에 달하는 거액인 경우가 많아 선주가 자체 자금으로 이를 모두 충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주는 이 때문에 선박을 발주하기 앞서 장기 자금조달 계획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 지원이 필요해진다.

재정위기로 유럽 금융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유럽 선주의 돈줄 역할을 했다.

실제로 중국은 2009년 2월 '조선공업 조정 및 진흥계획'을 발표하고, 중국은행, 중국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을 동원, 선박금융을 지원했다. 외국 선주들이 중국 조선소에 선박 제조를 발주할 경우 선박 가격의 80%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국 금융의 지원을 업고 중국 조선사가 수주량을 늘렸다"며 "여기에 중국의 저가 공세가 더해져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중국 조선사들의 공세전략이 먹히자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감소가 눈에 띄게 진행됐다.

올 9월말 현재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42.8%.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은 27.4%에 그쳐 15.4%p나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점유율 격차 7.7%p(중국 시장 점유율 39.7%, 한국 32%)에 비해 두배 이상 벌어졌다.

수주금액에서도 9월말 현재 한국(222억9700만 달러)이 중국(246억1400만 달러)에 24억달러 가량 뒤처졌다.

현대중공업은 빈 도크가 늘어나자 이를 채우기 위해 2011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경쟁적으로 저가 수주를 진행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자재비는 고정돼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고, 나머지 경비를 최대한 줄여가며 원가 절감을 했다"며 "하지만 계획대로 비용이 산출되지 않았고,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박 발주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저가 수주를 많이 하면, 본전을 찾을 줄 알았다"며 "저가라도 일감을 받아 직원들 일을 시켜 월급을 주는 게 낫지.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8월과 9월 190p에 달하던 선가지수는 2011년 말에 139p까지 떨어졌다. 2012년에는 선가가 126p까지 떨어지는 등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선가를 기록했다. 이 시기 수주한 것들이 지금의 사상 최대 적자로 이어졌다고 현대중공업은 설명했다.

또 선박 발주가 급감하고 선가지수가 낮아지던 시기에 현대중공업은 해양 플랜트와 석유시추선(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해당 분야의 경험과 기술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과 지난해 수주했던 일감들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반(半)잠수식 시추선을 2012년과 지난해 1척씩을 수주했다. 대형 화력발전소 역시 2012년과 지난해 한건씩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반잠수식 시추선, 5만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등으로 공사손실충당금이 4642억원에 달하는 등 총 1조1459억원의 영업손실을 안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에서도 공사손실충당금 5922억원 등이 발생, 77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 업황 침체 속에서 고부가가치 부문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된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분기 영업손실 1조9346억원 가운데 절반은 실제 적자이고, 나머지는 향후 예상되는 적자를 미리 반영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4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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