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구영 편집국장

2014년 예산국회를 흔드는 가장 뜨거운 이슈는 예상과 달리 세월호특별법이 아니라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으로 대표되는 복지 논쟁이 차지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경쟁적으로 도입된 각종 무상복지 제도가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파탄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치권이 재원마련 방안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무분별하게 약속한 포퓰리즘적인 보편복지의 폐해가 국민들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또 제34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사회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선언하고 있다.

■포퓰리즘 성격의 보편적 복지 지양해야

우리 정치에서 말하는 복지 개념과 달리 일반적인 의미에서 ‘복지(福祉)란 인간 생활의 만족스런 이상(理想) 상태를 뜻함과 동시에 그 이상 상태를 지향하는 구체적인 실천’ 활동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론적 관점에서 사회복지의 개념은 사회복지의 수혜 대상자를 좁게 잡느냐 아니면 넓게 잡느냐에 따라 한정적·협의적 개념과 광의적 개념의 두 입장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구별은 영국 사회학자 로마니쉰(John M. Romanyshyn)의 견해처럼 소극적 사회복지와 적극적 사회복지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도 있다.

한정적·협의적 개념으로서의 사회복지는 극빈자·사회적 낙오자 등과 같이 스스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불우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 단체 등의 공공기관이 그들을 구제하고 보호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광의적 개념으로서의 사회복지는 불우계층과 같은 국민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국민전체를 수혜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이다. 오늘날의 사회복지의 개념은 바로 이러한 광의적 개념으로 파악되고 있다.
역사적 관점으로 보면, 사회복지의 개념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그 내용과 수혜대상의 범위가 변해 왔다.

로마니쉰에 따르면, 사회복지의 개념은 ① 보완적인 것에서 제도적인 것으로, ② 자선을 베푼다는 입장에서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③ 특수한 봉사활동이라는 성격에서 보편적인 활동으로, ④ 최저 조건의 조성에서 최적 조건의 조성으로, ⑤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⑥ 자발적인 것에서 공공적인 것으로, ⑦ 빈민구제에서 복지사회의 건설로 점차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최소한 ‘中부담 中복지’장기목표 세워야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어를 만든 복지 선도국 영국에서도 2013년 현재 노동자 5명 중 1명꼴로 ‘생활임금’ 이하 소득으로 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장조사 업체 ‘마킷’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국 노동자의 22%에 해당하는 528만명이 영국 생활임금 기준인 시간당 7.65파운드(약 1만3100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 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직종별로 보면 식음료와 유통업체 종사자들의 급여가 생활임금 이하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선술집에서 일하는 노동자 90%가 생활임금 이하 급여를 받아 상황이 제일 심각했고, 음식점 웨이터·웨이트리스 85%, 소매 업체 노동자 70%의 급여도 생활임금에 못 미쳤다. 비정규직의 43%가 생활임금 이하를 받아 정규직(13%)보다 열악했고, 여성은 4분의 1이 생활임금 이하 소득을 받아, 남성(16%)보다 상황이 나빴다. 현재 우리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영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8%)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그럼에도 재정이 힘든 이유는 낮은 조세부담률 때문이다. 복지지출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금을 적게 걷어서 재정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내총생산 대비 조세총액 비중)은 2012년 기준 20.2%로 OECD 평균 25.0%(2011년 기준)보다 많이 낮다.

낮은 조세부담률과 적은 복지지출은 우리나라가 ‘세금은 덜 내고 복지 혜택도 덜 받는’ 복지 후진국이라는 의미다. ‘무상급식’이니 ‘무상보육’이니 하며 마치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든 것처럼 과장했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 디폴트’를 선언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적어도 우리 경제 수준에 맞게 ‘더 많이 내고 조금 덜 받는’ 복지 시스템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高부담 高복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中부담 中복지’ 국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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