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지용 기자]

▲ 김지용 논설실장

수능이 끝난뒤 새학기를 앞두고 성형 등 꾸미는 학생층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사회초년병들은 나름대로 직장이나 사회적응에 많은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최근 패션이나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흔히 이들을 일컫는 말로 그루밍(Grooming)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꽃미남'에 해당하는 웰 루킹(Well-looking)족인 셈이다. 그루밍은 여성의 화장(Make-up)에 대응하는 남성의 미용용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신조어는 말이나 개 ‧ 고양이를 손질하거나 털 등을 다듬고(Groom)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루밍족들은 자신을 돋보이도록 하기위해 피부와 두발, 치아 관리는 물론 성형수술까지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외모와 패션에 신경을 쓰는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족이 늘어나면서 그루밍족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원래 메트로섹슈얼족이란 패션에 민감하고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남성을 일컫는 용어다. 최근 이러한 남자가 외모 가꾸는 것을 지나치게 즐겨 피부와 헤어스타일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함은 물론 그러한 분야의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사실 출근시간 지하철은 남성들의 화장품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기도 한다.

영국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은 체격도 건장하고,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있어 헤어스타일과 피부를 관리하는 메트로섹슈얼의 전형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나가는 운동선수나 일부 탤런트들이 그 반열에 들어간다. 그런 까닭에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패션 · 화장품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전 한국 그루밍족의 1인당 소비 규모가 세계 1위라는 보도가 있었다. 피부 타입에 맞는 남성 전용 화장품을 꼼꼼히 갖춰놓고, 하루 두 번 꼭 남성 전용 진동 클렌저(Cleanser)로 세안을 하기도 한다. 피부 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손톱까지 멋스럽게 다듬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 한 사람이 화장품 구매에 사용한 돈은 25달러로 2위인 덴마크의 3배로 밝혀졌으며 10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30배 가까이 인구가 많은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라고 한다.

최근 여권 신장으로 인해 남성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그루밍족이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남성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남성들도 “외모를 잘 가꾸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고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보여진다.

이와 더불어 경우는 다르지만, 딩펫족(Dinkpet)이라는 것도 있다. 아이 없이 애완동물이나 기르며 사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말로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딩크족(DINK ‧ Double Income No Kids)에 애완동물을 뜻하는 펫(Pet)을 결합한 합성어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맞벌이 부부의 생활 형태 가운데 하나로, 사랑하는 사람과 신혼처럼 재미있게 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딩크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딩크족이 아이를 낳지 않는 반면, 아이가 없는 허전함을 애완동물로 채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맞벌이를 하느라 애를 낳아서 기를 시간도 없고, 낳더라도 안심하고 맡길 만한 탁아시설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이들은 아이를 낳아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귀여운 애완동물을 기르며 부부끼리 즐겁게 사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들은 감정 교류가 쉬운 개나 고양이를 좋아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사람을 불신하는 사회 풍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자녀에게 부양받기를 거부하고 부부끼리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노인세대 통크(TONK ‧ Two Only No Kids)족이 생겨났다. 자신들만의 오붓한 삶을 즐기려는 노인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손자·손녀를 돌보느라 시간을 빼앗기던 전통적인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역할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핵가족이 보편화된 현대사회에 노부부 혹은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노인 단독세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며느리와 자식의 눈치를 보며 사느니 차라리 경제적 능력만 된다면 따로 사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명절에 고향을 찾아 가족과 오순도순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개중에는 명절에 찾아오는 자식도 없이 홀로 쓸쓸히 지내는 노인도 없지않다. 차라리 자식이 없으면 문밖의 기척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텐데. 그래도 누군가 찾아와 줄 것만 같은 기대감에 서성거리는 노부모가 많다는 것은 사회적인 슬픈 현실이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문자 그대로 PINK(Poor Income No Kids)족. 돈이 없어 키울 능력이 안 되니 아예 자식을 낳을 엄두조차 못내는 층이 점점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김 지 용(편집이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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