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지용 기자] 선율을 타고 알프스 넘으며

“오스트리아엔 캥거루가 없거든요(No kangaroos in Austria)."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와 같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이 ‘UN제공’으로 전 세계 매스컴을 탄 일이 있다. 오스트리아를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언급한 실수를 재치 있게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도 빈 등 오스트리아의 관광 기념품 상점에 가면 캥거루 그림 위에 가위 표시를 하고 이 슬로건을 붙인 티셔츠를 쉽게 볼 수 있다.

반 총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을 통해 내륙 개발도상국 유엔 콘퍼런스 개최를 주관한 오스트리아에 고마움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스트리아를 오스트레일리아로 잘못 표현한 바 있다. 반기문 총장은 측근들로부터 이같은 지적을 받고 즉각 실수를 인정하면서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지요.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라고 사과했다.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다’는 말은 오스트리아(Austria)가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와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자국을 알리는 데 흔히 쓰는 일종의 홍보문구다. 오죽했으면 한 때 국가 홈페이지 마저 “캥거루는 없음(No Kangaroo Here)"이라고 눈에 띄게 선전을 했을까. 간혹 관광객들이 툭하면 “캥거루는 언제 보여 주느냐”는 어이없는 질문에 현지 투어리더들도 어지간히 곤혹을 치르는 모양이다.

반 총장의 경우는 단순한 말실수임이 분명하지만, 많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오스트리아가 오스트레일리아로 잘못 불리는 실수에 매우 불쾌해 한다.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다”는 말은 오스트레일리아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개발해 낸 대응 용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라는 말을 듣는 즉시 이처럼 대꾸한단다.

오스트리아는 유럽대륙에 위치에 있고 오스트레일리아는 태평양 남쪽 오세아니아 주(洲)에 있지만, 지리적 차이와는 상관없이 이름이 닮아 혼동하기 쉽다. 어느 신문에 ‘일본 불법 고래잡이 들통’ 제하의 기사에서 “일본이 잡은 고래 가운데 오스트리아 근해와 남극 부근에서 잡힌 고래가 발견돼…”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유럽내륙에 위치한 바다가 없는 오스트리아가 기사화 되고 있다. 이는 오스트리아에서 고래를 잡을 수도 없거니와 근해(近海)라는 표현은 더욱 난센스다.

먼 오스트리아와 우리나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가 긴 해외망명생활을 마치고 1945년 귀국했을 때, 말로만 듣고 그리던 이 박사보다 그와 동반한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에 더 많은 눈길이 쏠렸다. 불원간 퍼스트레이디가 될지도 모를 40대 중반의 ‘서양 아줌마’가 당시로서는 흥미롭고 이채로웠을 것이다.

프란체스카의 모국은 오스트리아였는데, 그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 대다수 사람들은 그냥 ‘호주(濠洲)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호주는 우리 교과서에도 많이 나와 낯설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발음의 오스트리아가 오스트레일리아인줄 알았던 것이다.
그 분이 대통령 부인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터진 한국전쟁 중 ‘쌕쌕이’라는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날았다. 우리는 그 비행기를 ‘호주기’라고 불렀다. 누군가가 “이(李) 대통령의 처가 나라에서 보내 준 비행기일 것”이라고 말한 것이 소문으로 퍼져 나갔던 것이다. 역시 오스트레일리아와 헷갈린 것이다.

뮤지컬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에서 오스트리아의 폰 트랩(Von Trapp)대령이 독일의 침공에 항거, 나치기를 끌어내리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바다가 없는 나라에 해군대령이라니.... 트랩은 말괄량이 수녀 지망생 마리아(줄리 앤드류스)를 수도원장의 추천을 받아 가정교사로 채용한다. 트랩은 2남5녀를 군대식으로 길들여 놓았다.

이런 집안에 마리아는 트랩의 교육방법에 반기를 들고 아이들을 바꾸어 놓는다. 마리아는 아이들과 친숙하게 되고 트랩과 사랑이 싹터 드디어 트랩가의 안주인이 된다. 가족이 독일의 음악대회에 참가, 우승을 하지만 호명을 하는 순간 이들은 자유를 찾아 스위스로 망명하기 위해 알프스를 넘는다. 모멸의 순간을 벗어나 신천지가 열리는 순간이다. 아듀!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뮤지컬은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로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도레미 송. 에델바이스는 대히트를 하게 되었다.

김 지 용(편집이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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