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여성건설인협회 김정선 회장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건설업에도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 가운데 (사)한국여성건설인협회는 전문 여성 건설인의 구심점으로 여성 건설인들의 훌륭한 길잡이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도맡고 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한국여성건설인협회 김정선 회장은 “건설은 자신이 노력한 성과물이 곧 눈앞에 나타나는 매력적인 분야로 많은 여성 건설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며 “여성건설 전문인들의 시선으로 제도적ㆍ사회적 이유로 등한시 했던 부분을 찾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여성 건설인들의 튼실한 나무가 되기 위해 많은 영양분과 좋은 환경으로 여성 건설인의 무한한 발전과 성장을 부추기고 있는 한국여성건설인협회 김정선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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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건설인…업무처리 세밀하고 책임감 높아
일정비율까지 우수 여성 인력 채용방안 제안


●(사)한국여성건설인협회의 역할은.

-올해로 협회 설립 6년째를 맞은 한국여성건설인협회는 새싹을 띄우고 이제 막 성장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 협회는 건축(설계, 구조, 설비, 전기, 인테리어 등), 도시, 교통, 조경, 토목 등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건설인들의 모임으로 건설관련 실무 또는 연구 경력 5년 이상인 여성들이 정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협회는 건설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건설인의 전문성 향상, 권익증진 및 사회참여 확대를 도모하고, 해외 여성건설단체와 건설기술향상을 위한 정보교류 및 국제협력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여성건설인의 건설분야 참여를 확대하고 여성건설인의 자질향상 및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며 건설기술향상을 위해 해외여성건설단체와의 제휴, 정보교류 및 국제협력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건설인의 배출 현황과 사회참여 실태는.

-현재는 예전보다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직업 영역이 넓어져 건설관련학과에 여학생들의 진학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여성 건설 전문 인력 배출 또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회의 가치관과 남성위주의 조직 문화ㆍ근무 환경, 출산, 육아,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많은 인력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기만 하다. 이는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등록된 여성건설인 현황을 보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여성건설인은 5만8506명으로 전체 55만2185명의 10.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력 5년 미만이 4만3646명(74.6%), 5년 이상 10년 미만이 1만405명(17.8%), 10년 이상 15년 미만이 3383명(5.8%), 15년 이상 20년 미만이 827명(1.4%), 20년 이상이 245명(0.4%)으로 경력 5년에서 10년 사이에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건설인의 강점은.

-도시ㆍ건축ㆍ조경 및 건설 분야에서 여성인력이 팀에 포함되었을 때 효과는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여성 응답자는 1위로 ‘세밀하고 책임 있는 업무처리’를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어 2위는 ‘조직의 투명성 증가’, 3위는 ‘권위적 조직문화 개선’으로 지적됐다.

남성의 관점에서 본 1위는 ‘세밀하고 책임 있는 업무처리’, 2위는 ‘권위적 조직문화개선’, 3위는 ‘조직의 투명성 증가’로 나타났다.

조직 내에 여성이 포함되었을 때 효과는 전반적으로 세밀하고 책임 있는 업무처리와 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점에서 여성과 남성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건설인협회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건설’ 프로젝트란.

-협회에선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10회에 걸쳐 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그간 몇몇이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주제에 대해 혹시 ‘여성만이 살기 좋은 도시’를 지향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페미니즘 시각에서 이뤄지는 여성 운동의 일환은 아닌지 일부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살펴보면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가 단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는 곧 어린이, 노인도 살기 좋은 곳이고, 더불어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왜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가 사회적 약자에게도 편리한 도시가 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기도 하지만 여성은 가정을 이끌어 가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역할은 단순히 아내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아이를 양육하고 노인을 봉양하는 등 가정생활의 실제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는 주체이다. 따라서 여성에게 편리한 제반시설은 결국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과 노인에게도 편리한 시설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건설인의 활동 증진을 위한 개선방안 및 지원책은.

-여성건설인의 활발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협회는 우선 ‘일정 비율까지 우수한 여성 인력을 임원에 승진시키거나 채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국가 5급 이상 공무원들에게 여성할당제를 실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될 것이다. 상위 직에 여성이 많이 진출하면 ‘남성위주의 조직 문화 개선’, ‘직장 내의 여성인력의 롤 모델 제시’, ‘여성에 대한 차별 대우’와 ‘기업 내에서 미래에 대한 확신 결여’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공공건물 설계 또는 공사발주 시, 일정 부분을 여성 대표에게 할당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 또는 특정 설계 용역 및 공사 발주 시 여성만 입찰하도록 제한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제안한다.

현재 조달청에서 발주하는 1억 미만의 시설공사는 여성 기업이 우선 수의계약을 하고, 10억 미만의 시설공사 입찰 시, 여성기업과 공동 수급할 경우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실제 여성기업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다. 그 외의 할당제나 특혜 방안은 현 제도 하에서는 공정거래나 자유경쟁에 위배되므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마이너리티나 여성에게 일정 비율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미국의 주 정부에서는 마이너리티 지원 방안으로 발주 물량의 10%를 소수인종,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는 여성 건축가, 여성건설전문가들만 참가한 공동 주택단지를 개발해, 주민들로부터 가족친화적, 환경친화적인 주거단지로 찬사를 받고 있다.

●여성의 폭 넓은 사회참여를 위해 여성 회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요즘 알파 걸은 전 세계에 걸쳐 대세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지난 1950년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지능지수가 급속하게 높아진 것을 보면 세상이 머리 좋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 거의 같은 시기에 전 세계엔 신데렐라, 콩쥐팥쥐 이야기가 각 지역에 등장하거나, 같은 이론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주장된 경우가 많다. 이는 지구에 보이지 않은 거대한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알파 걸의 등장은 앞으로 세계는 여성이 해야 할 일이 많고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 알파걸이 그대로 성장해 알파우먼, 알파 맘이 되도록 노력하고 이끌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자세로 현실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면 여성건설인의 내일은 보다 밝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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