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대구서 ‘세계 물 포럼’ 계기로 물 산업 분야 한국 위상 높이는 계기 마련
우리나라 세계 물 시장 영향력 미미 클러스터 구축 통해 물 산업 경쟁력 확보 절실
올해 ‘세계 물의 날’의 주제는 ‘Water and Sustainable Development’(물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특히, 올해는 지구촌 최대의 물 관련 국제 행사로 ‘물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세계 물 포럼’(World Water Forum)이 우리나라에서 열려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세계 물 포럼은 세계물위원회가 3년마다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전후로 개최하는 국제 행사로 올해는 4월 12~17일까지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다.
7번째로 열리는 이번 세계 물 포럼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개최되며 전 세계 170개국에서 3만5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세계 담수의 70%가 소비되는 아시아지역 시각에서 물 문제를 조명하는 기회가 마련되며, 비즈니스 차원의 물 엑스포도 함께 열린다.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20세기는 석유가 경제를 이끈 블랙골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이 경제를 이끄는 블루골드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물 관련 산업을 블루골드(Blue Gold)로 보고, 물 시장 선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 물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 부족 한국 ‘물 스트레스’ 국가
21세기 들어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급격한 도시화 등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는 물을 둘러싸고 주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약 14억㎦. 그러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담수는 전체 물의 2.54%에 불과하다.
특히, 담수 중에 빙설 및 지하수를 제외한 사람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담수호의 물 또는 하천수는 전체 물의 0.01%에 불과하다.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및 세계보건기구(WHO)가 2008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세계인구의 13%(약 9억명)가 아직까지도 안전한 음용수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약 25억의 인구는 기본적인 위생시설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UN에 따르면 물 이용의 양적인 측면에서 지난 세기 인구는 2배로 증가한 반면 물 사용은 6배나 늘었다. 급속한 도시화, 인구증가,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이 세계적인 물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2009년 세계경제포럼 ‘수자원 이니셔티브 보고서’에 따르면 물 수요는 1950년~1990년 사이에 인구성장률을 크게 넘어선 3배나 증가했고, 글로벌 경제가 성장하면서 앞으로 35년 이내에 현재보다 2배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물 수요가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 물의 가격이 낮게 형성돼 물이 남용되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 세계 많은 지역이 수자원 부도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 문제와 관련해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7mm(1978~2007)로 세계 평균의 1.6배이고 수자원 총량은 연간 1297억㎥다.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연강수총량은 연간 2629mm로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사용가능한 수자원량은 1553mm로 세계 127위 수준이다.
◆물 시장 글로벌 업체가 선점…국내 업체는 0.4% 수준 그쳐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과 낭비로 인해 전 세계의 수질오염과 식수 부족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물관리가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큰 홍수와 가뭄은 물 공급과 관리의 측면에서는 큰 위기이지만 산업적 관점에서는 큰 기회가 되고 있다.
물 산업은 물을 관리하고 정수해 공급하고, 또 사용한 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상수도, 바닷물 담수화사업, 생수 제조업과 하수와 폐수 처리가 대표적이다. 특히, 상하수도 사업은 전체 물 산업의 76.8%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며, 물 처리에 필요한 각종 설비 생산과 약품 제조, 기술 개발·컨설팅, 건설 등도 물 산업으로 분류된다.
영국의 물 전문 연구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세계 물 산업의 규모는 4828억 달러에 달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2025년까지 세계 물 산업 규모가 8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25년 물 산업규모를 포함한 전체 물 인프라 투자수요가 1조3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세계 물시장은 베올리아, 수에즈 등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상위 15개 기업이 물시장의 51%에 달하는 4억9000여명에게 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위 5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 감소하는 반면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가 기업이 자국 대상 물 사업을 수행하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 역시 물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나 아직까지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해외 물사업 수주실적은 2011년 기준 약 14억2000만 달러로 전체 세계시장의 0.4%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외사업 진출 분야와 지역도 상하수도 및 해수담수화 설비 분야(61.0%)와 중동(86.2%)에 집중돼 있어 영역 확대가 절실하다.
물 시장이 커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물 산업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물 산업을 육성·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성장하는 물 시장 K-water가 나선다
전 세계의 물 산업은 광역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 중심으로 분절된 영세한 사업구조하에 비효율적 운영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은 상·하수도 사업의 광역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소비자의 기술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물 기업의 전문화 경향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베올리아, 수에즈 등 다국적 물 기업과 함께 브라질의 SABESP, 로마의 ACEA 등 대형 전문 물 공기업의 약진, 중국의 China Water Industry Group과 같은 로컬 민간기업의 등장 등은 지방정부의 직접 경영이 아닌 전문 물 기업에 의한 위탁 운영을 촉진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물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45년 물 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를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싱가포르, 일본 등 물 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나라들은 물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물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 해외시장 개척 등 다각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67년 한국수자원개발공사로 창립된 K-water는 우리나라의 수자원을 종합적으로 개발, 관리하고 있다. 소양강댐을 비롯한 16개 다목적댐 관리를 비롯해 33개 광역상수도 및 공업용수도 운영, 관리하고 있으며, 16개 다목적댐 수력 및 시화호 조력발전 사업 등을 통해 많은 노하우도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13년 마무리된 4대강살리기 국책사업의 운영, 관리를 비롯해 경인아라뱃길 사업 등을 통해 유역 및 수문조사 기술, 지진감지시스템, 치수·이수관리, 홍수관리시스템, 홍수 예·경보시스템, 수력발전, 발전통합운영시스템 등 통합유역관리 관련 부문에서 세계최고의 수자원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K-water는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파키스탄 수력발전사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태국 물 관리사업, 필리핀·네팔 등 수력발전 사업 등 해외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국내 물 산업 규모는 2007년 12조6000억원, 2011년 기준으로 16조원에 이른다. 이미 우리나라는 K-water라는 물 전문 공기업을 통해 국내 수자원 개발과 관리 분야에서 고도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 또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통합수자원관리 및 친수공간개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물 산업 강국들과 경쟁해 블루골드로 떠오르고 있는 물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앞으로 K-wate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강완협 기자
hallamount@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