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대구서 ‘세계 물 포럼’ 계기로 물 산업 분야 한국 위상 높이는 계기 마련
우리나라 세계 물 시장 영향력 미미 클러스터 구축 통해 물 산업 경쟁력 확보 절실

[일간투데이 강완협 기자] 3월 22일은 유엔(UN)이 정한 23번째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다. UN은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지난 1992년 12월 22일 리우환경회의에서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 선포해 1993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해 행사를 개최하다가 UN에서 ‘세계 물의 날’ 행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해 오자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물의 날’을 변경했다.

올해 ‘세계 물의 날’의 주제는 ‘Water and Sustainable Development’(물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특히, 올해는 지구촌 최대의 물 관련 국제 행사로 ‘물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세계 물 포럼’(World Water Forum)이 우리나라에서 열려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세계 물 포럼은 세계물위원회가 3년마다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전후로 개최하는 국제 행사로 올해는 4월 12~17일까지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다.

7번째로 열리는 이번 세계 물 포럼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개최되며 전 세계 170개국에서 3만5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세계 담수의 70%가 소비되는 아시아지역 시각에서 물 문제를 조명하는 기회가 마련되며, 비즈니스 차원의 물 엑스포도 함께 열린다.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20세기는 석유가 경제를 이끈 블랙골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이 경제를 이끄는 블루골드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물 관련 산업을 블루골드(Blue Gold)로 보고, 물 시장 선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 물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 부족 한국 ‘물 스트레스’ 국가

21세기 들어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급격한 도시화 등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는 물을 둘러싸고 주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약 14억㎦. 그러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담수는 전체 물의 2.54%에 불과하다.

특히, 담수 중에 빙설 및 지하수를 제외한 사람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담수호의 물 또는 하천수는 전체 물의 0.01%에 불과하다.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및 세계보건기구(WHO)가 2008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세계인구의 13%(약 9억명)가 아직까지도 안전한 음용수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약 25억의 인구는 기본적인 위생시설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UN에 따르면 물 이용의 양적인 측면에서 지난 세기 인구는 2배로 증가한 반면 물 사용은 6배나 늘었다. 급속한 도시화, 인구증가,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이 세계적인 물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2009년 세계경제포럼 ‘수자원 이니셔티브 보고서’에 따르면 물 수요는 1950년~1990년 사이에 인구성장률을 크게 넘어선 3배나 증가했고, 글로벌 경제가 성장하면서 앞으로 35년 이내에 현재보다 2배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물 수요가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 물의 가격이 낮게 형성돼 물이 남용되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 세계 많은 지역이 수자원 부도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 문제와 관련해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7mm(1978~2007)로 세계 평균의 1.6배이고 수자원 총량은 연간 1297억㎥다.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연강수총량은 연간 2629mm로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사용가능한 수자원량은 1553mm로 세계 127위 수준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50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용가능한 수자원 대비 물 수요 비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40%를 넘어 ‘심각한(severe)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했다.

◆물 시장 글로벌 업체가 선점…국내 업체는 0.4% 수준 그쳐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과 낭비로 인해 전 세계의 수질오염과 식수 부족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물관리가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큰 홍수와 가뭄은 물 공급과 관리의 측면에서는 큰 위기이지만 산업적 관점에서는 큰 기회가 되고 있다.

물 산업은 물을 관리하고 정수해 공급하고, 또 사용한 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상수도, 바닷물 담수화사업, 생수 제조업과 하수와 폐수 처리가 대표적이다. 특히, 상하수도 사업은 전체 물 산업의 76.8%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며, 물 처리에 필요한 각종 설비 생산과 약품 제조, 기술 개발·컨설팅, 건설 등도 물 산업으로 분류된다.

영국의 물 전문 연구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세계 물 산업의 규모는 4828억 달러에 달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2025년까지 세계 물 산업 규모가 8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25년 물 산업규모를 포함한 전체 물 인프라 투자수요가 1조3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세계 물시장은 베올리아, 수에즈 등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상위 15개 기업이 물시장의 51%에 달하는 4억9000여명에게 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위 5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 감소하는 반면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가 기업이 자국 대상 물 사업을 수행하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 역시 물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나 아직까지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해외 물사업 수주실적은 2011년 기준 약 14억2000만 달러로 전체 세계시장의 0.4%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외사업 진출 분야와 지역도 상하수도 및 해수담수화 설비 분야(61.0%)와 중동(86.2%)에 집중돼 있어 영역 확대가 절실하다.

물 시장이 커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물 산업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물 산업을 육성·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성장하는 물 시장 K-water가 나선다

전 세계의 물 산업은 광역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 중심으로 분절된 영세한 사업구조하에 비효율적 운영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은 상·하수도 사업의 광역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소비자의 기술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물 기업의 전문화 경향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베올리아, 수에즈 등 다국적 물 기업과 함께 브라질의 SABESP, 로마의 ACEA 등 대형 전문 물 공기업의 약진, 중국의 China Water Industry Group과 같은 로컬 민간기업의 등장 등은 지방정부의 직접 경영이 아닌 전문 물 기업에 의한 위탁 운영을 촉진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물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45년 물 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를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싱가포르, 일본 등 물 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나라들은 물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물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 해외시장 개척 등 다각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67년 한국수자원개발공사로 창립된 K-water는 우리나라의 수자원을 종합적으로 개발, 관리하고 있다. 소양강댐을 비롯한 16개 다목적댐 관리를 비롯해 33개 광역상수도 및 공업용수도 운영, 관리하고 있으며, 16개 다목적댐 수력 및 시화호 조력발전 사업 등을 통해 많은 노하우도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13년 마무리된 4대강살리기 국책사업의 운영, 관리를 비롯해 경인아라뱃길 사업 등을 통해 유역 및 수문조사 기술, 지진감지시스템, 치수·이수관리, 홍수관리시스템, 홍수 예·경보시스템, 수력발전, 발전통합운영시스템 등 통합유역관리 관련 부문에서 세계최고의 수자원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K-water는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파키스탄 수력발전사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태국 물 관리사업, 필리핀·네팔 등 수력발전 사업 등 해외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국내 물 산업 규모는 2007년 12조6000억원, 2011년 기준으로 16조원에 이른다. 이미 우리나라는 K-water라는 물 전문 공기업을 통해 국내 수자원 개발과 관리 분야에서 고도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 또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통합수자원관리 및 친수공간개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물 산업 강국들과 경쟁해 블루골드로 떠오르고 있는 물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앞으로 K-wate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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