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척결 제 1의 순위는 가짜 보수와 가짜 진보

[일간투데이 하태곤 기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도를 넘었다. 국민들은 청렴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세력을 원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지난 2월 하순,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군복에 가스총까지 두른 퇴역군인들로 구성된 보수단체의 회원들이 통합진보당의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때 마침 길을 걷던 노신사가 그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합리적 명분도 없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관제데모에 짜증이 난 듯했다. “위에서 까라고 하면 까는 겁니다.” 시위참가자의 답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칭 보수를 자처하는 그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데모를 하는지도 모르고 위에서 가라고 하니까 왔다고 한다.

그 이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도 두 단체의 시위가 있었다. 100m 거리를 사이에 두고 보수단체 회원 200여 명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진보단체 회원 100여 명이 각기 다른 명분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법정에서는 구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사건 선고 공판이 열리고 있었고, 이 두 단체의 시위에 대하여 언론은 보수와 진보의 정면대결이라고 부추겼다. “당신들은 애국가도 부정한다는데 그 이유가 뭡니까?” 돌아온 답은 황당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사태가 이쯤이고 보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가짜 보수와 가짜 진보의 이념전쟁에 우리 국민들은 이제 진저리가 날 만도 하다. 지긋지긋한 이념전쟁의 끝은 어디인지 본지에서 심층탐구 해 본다.

- 편집자 주 -


“지금 한국사회는 내부의 적과 싸우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새로운 판을 짜야 합니다. 속칭 진보세력들은 뼈를 깎는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고, 보수 또한 더 이상은 보수가 부패의 상징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도록 청렴보수와 합리적 진보세력으로의 재탄생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과거 힘깨나 썼던 어느 정치인의 고백이고 보면, 현재 우리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 양상이 새삼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해 준다. 흔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지긋지긋한 이념전쟁에 국민들도 이제는 지친 듯하다. 먹고 살길도 막막한데 한가하게 이념놀이에 집착하고 있는 일부 기득권 세력들의 정쟁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푸념이다. 무엇이 우리사회를 이토록 이념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일까!

정치가 타락하면 사회전체가 타락...지도층 각성 필요

진보의 사전적 의미는 “역사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함” 이라고 했고, 보수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고 유지하려함” 이라고 했다. 이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누구라도 진보가 되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당면한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고 보수가 판을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 또한 설득력이 없다.

보수는 단합과 단결력이 좋지만 부패로 나라를 망하게 하고, 진보는 정신이 깨어있어 서로 옳은 말들을 하지만, 그러나 무엇이 옳은지를 몰라 서로의 의견이 옳다고만 하다 보니, 결국은 진보도 그렇게 망하고 만다. 현재 우리사회 권력에 진입한 진보와 보수 세력은 ‘머리만 진보’이거나, ‘머리만 보수’ 또는 ‘머리는 보수인데 행동은 진보’인자가 많다고 한다. 즉 머리와 행동이 따로 따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역설이 우리사회의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 세력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관변단체나 좌익성향의 진보적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에 ‘시민’ 은 없고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직 단체를 이끌어 가는 실세와 일부 기득권 집단에 의해 단체의 운영목적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력, 관료권력, 자본권력에 편승하여 기득권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진보적인 성향으로 학생운동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보수정당의 정치인으로 변신을 하는가 하면, 이념과 소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사상적 전향을 꾀하는 일부 정치인들을 보면, 머리와 가슴만 한 때 진보라고 해서 ‘참’ 진보라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변질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36년 친일세력을 척결하지 못했고, 30년 군사독재의 잔재들을 청산하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개발독재, 군부독재 시절 기생했던 언론사주, 부패한 재벌오너, 그리고 사학재벌과 개발관료, 또한 사이비 지식인들을 척결하지 못한 무능한 가짜 진보들이 지난 10년을 허송세월했기 때문이지요!”

김철민 위스콘신학대 정치학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사실 우리의 근대사를 들여다보면 보수와 진보의 뿌리가 뒤바뀌고 있다. 과거 조선후기 소위 수구파는 나라의 명줄을 생각하지 않고 가렴주구(苛斂誅求)에만 눈이 멀어 있었다. 반면에 오히려 나라의 전통을 지키려 했던 우국지사 독립군들은 당시 기득권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기울여져 가는 나라의 명줄을 지키려고 온 몸을 던져 희생했던 이들이 바로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인 것이다. 백범 김구선생의 일지를 보더라도 그가 나라의 명맥을 지키고 전통을 이어받으려 온 힘을 기울인 정통 보수주의자임을 우리는 가슴으로 느낄 수가 있다.

한편 이에 반하여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받아 들여야 나라가 깨우칠 수 있다며 외세에 기대어 한 탕을 꿈꾸던 소위 지식층이라는 개화파 인사들은 비록 초심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나라의 흥망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양지만을 기웃거리다가 만신창이 매국노가 되었던 역사적인 사실이 이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진보의 참 뜻은 나눌 줄 알고 함께 공유해야 할 줄을 알아야 합니다. 진보적인 사고를 가지고, 역사의 발전 앞에 몸을 던진 선열들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보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보수가 무엇입니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린 이순신, 안중근, 조만식, 안창호, 김구선생 등 바로 이러한 분들이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인 것이지요! 흔히 진보는 박애(博愛)정신을 포함한 합리적 개혁주의자이고, 보수는 선비의 정신을 함양한 근검한 애국주의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보라는 말과 보수라는 말을 잘 되새겨보면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가 판을 치니 그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진정한 애국세력

사실 진보의 역사는 기득권의 부패에 맞선 고난의 연속이었다. 동학농민혁명을 거쳐 3.1운동과 해방이후 4.19 혁명, 부마항쟁, 5.18광주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국가가 위험에 처하고 독재와 부정부패가 만연해 민주화가 위기를 맞을 때 마다 맞서 싸운 이들은 언제나 민중이었고, 바로 이들의 중심축이 진보세력이었다. 그러나 기득권자들은 이러한 민중의 요구를 반란세력으로 몰아가며 좌익으로 뒤집어 씌어 탄압하기에 급급했다. 시간이 흘러도 반복되는 보수의 독재와 부정부패의 원인은 잘못된 과거의 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팔아 호의호식했던 친일파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대 민중과 독립운동을 탄압했던 친일관료, 친일언론, 바로 그들이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만들었으며, 이러한 독재와 탐욕의 결과는 대한민국을 상위 1%만 잘사는 나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일부 부패 보수 세력들이 세대를 반복하여 그들만의 DNA를 섞어 거대한 로열패밀리를 만들었고,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혈맹으로 대한민국에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토지의 57%를 상위 1 %가 소유한 나라, 2014년 한해에만 국내 30대 재벌총수 직계 가족이 주식시장에서 11조원의 재산을 불렸다고 한다. 30대 재벌총수 직계가족은 118명으로 1인당 평균 1000억이라는 일반인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엄청난 부를 단 한해에 축적한 셈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수구 보수 세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주의에 기대어 정당한 방법보다는 편법과 특혜 등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여 많은 부를 축적해 왔다. 말로는 국익을 앞세우고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뿌리는 친일과 독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대를 이어 병역을 회피하면서도 안보를 말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를 하면서도 상대방을 빨갱이로 몰아 부와 권력을 이어가려는 보수의 두 얼굴이야말로 작금의 가짜 진보세력과 더불어 이 시대 청산해야 할 진정한 정의의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한국에는 보수가 없다. 오직 보수의 이름을 파는 수구 기득권만 있을 뿐이다. 참된 현대 보수주의자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평등하게 대우 받으면서 공정하게 벌어지는 경쟁에 의해 서로 다른 특권(대학입학, 지위, 부 축적)이 정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반드시 좋은 가문 출신이 아니더라도 최고의 재능과 장점을 가진 사람이 사회 서열구조의 가장 높은 자리에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사고를 동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신분상승 사다리 붕괴, 부의 세습 및 학력과 부의 동일시가 일반화된 한국사회에서 이를 비판한 진정한 보수 세력은 찾기가 어렵다.

지난 2013년 가을부터 2014년 한해를 뜨겁게 달군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은 몇 가지 차원에서 심각하고도 흥미롭다. 건국 이래 구조적으로 보수에 기울어진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 한국의 진보는 가시밭길을 헤쳐 왔다. 철 지난 이념의 미망(迷妄)에 사로잡힌 그들의 망동(妄動)은 이런 진보의 노력을 깨트려 보수화의 정착을 초래했다. 따라서 작금의 시기는 분명 사회적 균형이 크게 일그러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부패 보수와 가짜진보가 판을 깨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로 그들의 이념적 방향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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