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인 국장대우

[일간투데이 심상인 기자]

지난 2년 반 동안 잠자던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금지한 ‘김영란 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하루 만에 변호사협회에서 졸속입법 논란을 들고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새누리당은 형평성 비판이 잇따르자 보완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지난달 5일 밝혔으나 그동안 국회는 검토조차 안했다는 여론에 휩싸이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3일 본회의를 열고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제정안은 재적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8월 16일 국회에 처음 제출된 지 929일 만에 공식적으로 법제화된 것이다.

이 법은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영란 법이 시끄러워지던 판에 최근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 등으로 인해 잠시 가라앉기는 했지만,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다.

법이 통과된 바로 다음날부터 국회 내부적으로도 수정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그 다음날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한국기자협회 등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제기함으로써 시행이 되지도 않은 법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기구한 처지에 놓이게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 법의 시행을 통해 부정부패가 척결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 법에 대한 반대자들을 `부정부패의 옹호자`가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여론이 아우성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공직자 본인이나 그 배우자가 1회 100만원 이상의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100만원 미만의 선물이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100만원 초과 금품 수수시 3년 이하 징역이나 받은 금품의 5배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되어 있다. 100만원 미만의 금품을 쪼개기 방식으로 나눠 받아도 연간 300만원이 넘으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고 되어 있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자는 국회와 법원·행정부 공무원과 정부출자 공공기관과 공공유관단체 임직원, 국공립·사립학교 교직원 및 언론사 종사자 등이다.

그러나 상조회나 동호인 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의 구성원 등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어온 사람이 질병이나 재난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제외된다고 한다.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 등도 금지 대상이 아니다. 또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을 경우 반환 또는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 받지 않거나 과태료를 물리지 않는다.

김영란 법은 사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위원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2년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자는 취지에서 원안을 마련함에 따라 김영란 법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법은 지난 5년 전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등 검사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이 법안 마련의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이 조사를 받았지만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무죄로 결론 난 사건들이다. 이후 국회를 표류하다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자 법제화의 급물살을 타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된 김영란 법은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과잉입법이란 비난을 사게 된 것이다. 국회는 2년 반 동안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국회를 통과 시킨 것이다.

이 법의 적용대상의 기준도 불명확한데다 민간영역인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은 대거 포함시키면서 정작 말 많은 의사와 변호사, 그리고 정치인, 시민단체, 대기업 관계자는 규제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법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검토와 보완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며 앞으로의 유예기간을 어떻게 넘어야 될런지 관심을 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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