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회 토론서 "규제 심한 선거법 개정"

국회의원 의석수를 300석에서 400석으로 늘리고 공직선거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정치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개혁' 수준의 선거구 개편작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나온 전문가의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2일 청주 서원대에서 '20대 총선과 선거법 개정의 바람직한 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정치학회 충청지회 춘계학술대회.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는 '선거법 개정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이란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타파하고 폐쇄적 정당정치를 개선하려면 중앙선관위가 정치권에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해야 한다"며 "한 정당이 특정지역 의석을 독점하는 폐단을 막고 지역주의 투표행태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배재대 김욱(한국지방정치학회장) 정치학과 교수도 "비례대표제 기능을 강화하는 취지로 만든 선관위 의견에 공감한다"고 했다.

규제 일변도의 선거법을 손봐야 한다 점에 대해서도 모두 공감을 표했다.

강 교수는 "선거법의 틀을 '포괄적 규제'에서 '선택적 규제'로 바꿔야 한다"면서 "선거운동은 폭넓게 허용하는 대신에 정치자금에 대한 통제·감독은 강화하는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 역시 "유권자의 활발한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의 기본을 바꿔야 한다"면서 "선거운동 기간을 규제하지 말고 대부분의 '정치적 활동'을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내용의 선관위 제안을 설명한 후 "비례의석 비율을 현재 18.7%에서 33.3%로 늘리는 방안이 충분한지 더 논의해야 한다"며 "동시 입후보 허용은 별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의원 총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150석으로 늘리는 것(중앙선관위 의견)은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부를 게 뻔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되는데, 김 교수는 "한국은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고 인구대비 국회의원 수가 많지 않다는 점, 의원정수 증대에 반대하던 시민사회단체들도 견해를 바꾸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하면서 "의원 수가 늘어나면 특권의식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며 "국민을 설득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지역구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쉽지 않겠나"라고 했다.

패널 토론에서 서원대 엄태석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헌재의 국회의원 수가 많지 않다는 인식에 공감한다"면서도 "문제는 국회의원 수가 아니라 '김영란법' 국회 통과과정에서 보여준 의원들의 한심한 벌률심의 능력에서 나타났듯이 국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양당제'로 대변되는 기득권의 벽을 넘을 새로운 세력과 인물을 영입하려면 정당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선거법상의 장벽도 허물어야 한다"며 "지방정당 설립, 비례대표제 확대, 선거공영제 강화 등 개선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선관위는 전국을 6개 권역별로 나눠야 한다고 하는데, 지역적 이질성과 공천갈등을 피할 수 없는만큼 '광역단체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고려해 볼만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부매일 한인섭 정치담당 부국장은 "인구편차의 한계와 중앙집권적 구조의 극복,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 고려대상에서 빠진 농어촌 의원수 확보·지역대표성 확보 문제는 향후 국회 정개특위가 반드시 다뤄야 한다"며 "20대 총선에선 인구와 면적을 고려한 선거구 분류방식에 도시와 농촌을 별개구역으로 구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보궐 선거 원인을 유발한 후보자나 정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충북대 안성호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직을 박탈당함으로써 재보궐선거를 유발한 후보자에게 선거비용을 청구하거나 후보자 등록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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