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완구 총리
'先진상규명 後거취결정'에 초점두되 귀국후 '상황 감안 결정'
'구체적 사실 확인·여론악화' 경우시 즉각 인사조치 나설 듯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처음으로 특검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당내 의견에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언급, 그 의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총리에 대한 인사조치를 귀국 후 바로 단행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악화되는 여론을 특검 등으로 일단 진정시킨 뒤 추후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인지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분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 스스로 결단을 취하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내용 전체를 감안해보면 우선 진상규명에 초점을 두되 귀국후 상황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이완구 국무총리와 관련, 불법적인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경우 귀국후 적극적으로 인사조치를 단행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일단 이 총리에 대한 구체적 혐의가 드러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의혹만으로 섣불리 총리 교체라는 강수를 두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이날 박 대통령이 9박12일간의 중남미 순방길에 오르는 상태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강조하는 원칙적 입장을 통해 악화되는 여론을 일단 진정시키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파문이 불거진 후 줄곧 '성역 없는 검찰 수사'와 '부정부패 관련자에 대한 엄단'을 강조해 왔다. 전날 정치개혁 차원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부정부패를 모두 밝혀낼 것을 검찰에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40분간 가진 단독회동에서도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철저한 수사와 비리 연루자에 대한 엄단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파문과 관련해 특검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여론재판식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김 대표가 가감없이 전달했다고 하는 '당 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들'에 대해 "잘 알겠다.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답한 것은 일단 시간을 갖고 여러방안을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파악된다. 여론의 추이 등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단독회담 후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당 내외의 의견들이 이 총리의 사퇴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최근 여당 내에서까지 이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강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한 교감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구체적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바꾸는 것은 그간 박 대통령이 보여준 인사 스타일과도 맞지 않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총리를 세우기까지 국정운영의 공백을 감수하며 수개월을 허비한 경험도 있다.

이 총리도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국정 (운영을) 열심히 흔들림 없이 철저히 잘 하라는 그런 의미"라며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9박12일 간의 해외순방 기간 이 총리의 거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악재가 터져 나올 경우 박 대통령으로서도 '이완구 총리' 카드를 그대로 쥐고 있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론은 이 총리를 사실상 '식물 총리'로 규정한데다 검찰 수사 대상에까지 오른 점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으로서도 무작정 이 총리를 안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 총리가) 계속 자리에서 버티는 상황이 이어지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야당의 공세도 이 총리의 거취를 결정지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귀국 후 이뤄질 박 대통령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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