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위원]

최근 들어 두 개의 행복지수에 관한 기사가 보도됐다. 하나는 미국 여론조사기관 조사고, 다른 하나는 유엔 자문기구가 발표한 자료다.

먼저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2015 세계의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43개 국가 중 118번째였다. 전체 평균 71점보다 12점 낮은 59점으로 완전 하위권이다. 이는 전년도 63점으로 94위를 차지했던 것보다 20여 단계 미끄럼을 탄 성적이다.

다음 유엔 산하자문기구인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지난주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는 158개 국가중 한국은 10점 만점에 총 5.984점으로 47위를 기록했다.

행복지수 상위권 국가들은 갤럽조사가 파라과이-콜롬비아-에콰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 등 남미권이 휩쓸었다. 유엔조사에서는 스위스-아이슬란드-덴마크-노르웨이-캐나다-핀란드-네덜란드가 상위권이었다. 어쨌든 두 조사 모두 힘 있는 선진국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적은나라들이 대부분 행복지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질병, 기아, 내전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이 불행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지수는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사회보장에 대한 인식, 관용의식, 기대수명, 정부와 기업의 부패지수, 선택의 자유 등에 대한 세계여론조사 자료를 토대로 산출하고 있다. 절대적 평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세계 10위권 무역대국이라는 대한민국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중위 혹은 하위권이라니 씁쓸한 기분이다. 두 기관의 행복지수 조사는 돈 많고 재력 튼튼한 물질만능주의가 곧 행복의 척도가 아니란 점을 일깨워 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주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유년기서부터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지독한 교육열에 시달린다. 좋은 대학을 가기위한 경쟁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새벽등교-수업 후 학원교육, 늦은 귀가로 취미생활이 없다시피 하고 건전한 교우활동도 기대할 수 없다. 고생 끝에 다행히 명문대학을 나온다 해도 취업하고 결혼하고 안정된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다. 중 장년층은 자녀교육비는 엄청난데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환경과 노후대비를 불안해한다.

병들고 가진 것 없는 대부분의 노년층은 여생이 피곤하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국민 대다수의 삶이 피폐하고 희망을 찾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그런데도 나라를 잘 다스리고 이끌어 가야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의 처신은 국민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이러니 자살률이 세계 최상위권이고 행복지수가 아래쪽에 처진 게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국민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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