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해외 현지에서 정기 근무, 현지 고객·협력업체 직접 챙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컬(Glocal)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해외 곳곳에서 현지화(localization) 노력을 강화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컬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포석이다. 회사 전체로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철저한 현지화를 추진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복안이다.

삼성은 11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 CEO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씩 해외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근무케 하는 글로벌 현장경영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CEO들은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의 해외 사업장에서 2~3개월에 한 번씩 약 1주일 동안 근무하게 된다.

삼성은 "정확한 실시시기와 정기 근무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 부회장의 뜻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권오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략혁신센터(SSIC)와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등을 찾은 후 "앞으로 삼성의 미래가 이곳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연구소, 벤처투자, 스타트업 등을 함께 운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신기술을 신속히 받아들이는 한편 현지 우수 인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현장경영을 강조해왔다. 글로벌 경영은 CEO의 체질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이번 조치도 글로벌 경영이 뿌리를 내리려면 CEO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삼성은 당초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CEO 연수를 준비했지만 해외 주요 법인에서 이룬 혁신과 글로벌 현지 법인의 문화를 본사에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CEO의 해외 현지 근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삼성그룹의 전자 계열사들은 전체 매출 가운데 대부분에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매출 비중이 2012년 89.8%에서 ▲2013년 92.5% ▲2014년 92.6%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또 최근에는 인수합병(M&A)이 늘어나면서 해외 기업의 인력과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기술과 업무만 본사와 공유하도록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인력 비중도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CEO들도 해외 현지 인력과의 소통을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전자계열사 CEO들은 앞으로 소속 회사의 해외사업장이 있는 곳 중 한 곳을 선택해 근무하게 된다. 현지 사업장 임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처리하면서 고객과 협력업체 CEO는 물론 경쟁사 CEO들과 만나 시장동향을 파악하면서 해외사업 전략을 가다듬게 된다.

우선 부품사업(DS)을 총괄하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 사장 등이 먼서 해외 근무에 참여한 뒤 다른 최고경영자들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SDI·삼성전기 등 다른 전자 계열사도 이같은 CEO 해외 현장 근무를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계열사 CEO들이 해외 현장 근무지로 택하는 최초 지역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면서 "첫 선택지가 향후 해외사업 전략의 교두보이자 전략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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