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에 ‘무한책임’이 있는 여권의 내홍(內訌)이 조기 종식돼야겠다. ‘대한민국호’가 처해 있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퇴치와 경제활성화,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환경에 정치권과 국민이 총력 대응할 때이다. 특히 우리 경제는 오랜 불황으로 소상공인과 서민, 청년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권이 이 난국을 풀어 희망을 주는 합리적인 틀을 만드는데 힘써야 할 때인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국회법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보기에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다. 급기야 어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욕설까지 튀어나오는 등 새누리당 내 분란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새누리당 친박계(친박근혜계)는 ‘배신정치 국민심판론’을 제기한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자진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와 비박계는 정면 돌파를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는 의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도 않고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되겠느냐며 지난번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논의한 것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 자신도 ‘청와대의 사퇴 압박설’에 대해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며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상황이 변한 게 없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실정을 감안, 6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이 무산되고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 여당과 야당 간 이중삼중의 다면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쟁(政爭)으로 국력을 소진해선 안 되는 절체절명의 우리 현실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여권 내 갈등은 당장 ‘국정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14년도 예산 결산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어제 개최하려던 국회 운영위원회를 연기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이 운영위에 나오면 불필요한 공방이 벌어질 게 뻔해 냉각기를 갖고 사태가 수습되는 시점에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조치한 배경임을 설명했다. 운영위가 열리면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출석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회 운영위원장인 유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이 쟁점화할 수 있어 이를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김 대표의 ‘심모원려(深謀遠慮)’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예산 결산안 등을 처리하는 국회 운영위를 연기하는 일 등은 국사(國事)의 화급성에 비춰 온당한 일이 아니다. 박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 친박과 비박 간 대립이 계속되면 국정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진정세에 힘입어 경제 활성화와 개혁과제 추진에 다시 힘을 모으고 있는데 당·청 관계가 삐걱거리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갈등 장기화로 국정이 마비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유승민 문제’ 해결이 시급한 이유다.

김무성 대표가 당·청 갈등의 조기 해결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유 원내대표의 유임이든 퇴진이든 박 대통령은 여당 대표의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패거리 분파 행동’을 자제, 헌법정신과 법절차를 준수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야는 서로의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현 상황을 풀 대안을 찾기 위해 대화와 설득의 정치철학을 수범(垂範)해주길 기대하는 이유이다. 서로가 서로를 싸잡아 비난하는 정치행태로는 위급한 대한민국호를 안전하게 항해토록 하는 데 암초가 될 뿐임을 직시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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