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가 화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재원이 있어야 기대에 맞는 복지비용 충당이 가능하기에 그렇다. 방법은 무엇일까. 가용예산의 적재적소 사용 등 생산적 비용 지출이다. 또 하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원 확보, 그리고 해외로의 역외 탈세를 막아 국부(國富) 유출을 방지하는 방안 등일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정부가 어제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제도’를 발표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좀처럼 밟히지 않는 역외탈세의 꼬리를 찾아 새로운 세원으로 삼겠다는 구상은 옳다고 하겠다.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박근혜정부의 모토와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정부가 협정을 통해 내년부터 미국은 물론 영국령 조세피난처 국가들의 금융계좌정보도 얻을 수 있게 돼 숨은 돈 찾기의 실효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를 하게 한다.

기획재정부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그 후엔 엄벌한다”고 대상자들을 압박하면서도 내심 “이번엔 세금 낼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적잖게 기대하는 눈치다.

정부가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예전과 달리 숨은 돈의 흔적을 찾을 길이 열려서다. 지난해 10월 서명한 ‘다자 간 조세정보 자동교환 협정’으로 정부는 내년부터 미국, 2017년부터는 영국과 영국령인 케이맨제도 및 버진 아일랜드 등 50개국으로부터 전년의 금융계좌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역외탈세는 지난 2009년 4월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단호한 척결 의지를 확인하는 등 이미 국제적으로 그 심각성이 크게 부각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요국의 재정 악화 우려가 계기가 됐다. 국내 기업들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탈세나 비자금을 운영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근과 채찍으로 기업 윤리와 조세 정의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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