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정치·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정화 추진을 주장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교실에서부터 국민이 분열되지 않도록 역사를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며 “필요하면 국정화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열린 ‘2015년 개정교육과정 공청회’에서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독립운동사 등 근현대사 비중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과정 시안이 발표됐다. 당·정이 이미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 틀을 바꾸는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커져가고 있다.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 윤경로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상임대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이 참여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저지를 위한 모임’의 대표들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명기한 현행 헌법 전문에 비추어 분명하다”며 “독립운동 정신을 훼손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를 반대한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서울대 역사교수 34명도 “주변의 역사학자 중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데 찬성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에 필요한 것은 국정교과서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역사 교과서 제작의 자율성을 좀 더 널리 허용하는 일”이라는 의견서를 냈다. 전체 역사 관련학과 교수의 77%가 의견을 모은 것이다. 앞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 2255명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공언한 하나의 역사해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국정 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재고하길 바란다. 정부가 공인한 하나의 역사 해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국정 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될 소지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북한, 러시아, 베트남 정도일 뿐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 역시 공산당 1당 체제인데도 80년대 후반부터 검정제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 때 국정교과서를 사용했을 뿐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틀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면, 역사 해석의 다양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교과서의 현행 검정제는 존속돼야 한다. 우리는 여·야 및 시민사회단체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역사를 보는 큰 틀을 제시, 역사 교육이 분열이 아닌 민족동질성 회복과 자긍심 고취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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