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역사교수 34명도 “주변의 역사학자 중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데 찬성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에 필요한 것은 국정교과서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역사 교과서 제작의 자율성을 좀 더 널리 허용하는 일”이라는 의견서를 냈다. 전체 역사 관련학과 교수의 77%가 의견을 모은 것이다. 앞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 2255명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공언한 하나의 역사해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국정 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재고하길 바란다. 정부가 공인한 하나의 역사 해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국정 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될 소지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북한, 러시아, 베트남 정도일 뿐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 역시 공산당 1당 체제인데도 80년대 후반부터 검정제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 때 국정교과서를 사용했을 뿐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틀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면, 역사 해석의 다양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교과서의 현행 검정제는 존속돼야 한다. 우리는 여·야 및 시민사회단체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역사를 보는 큰 틀을 제시, 역사 교육이 분열이 아닌 민족동질성 회복과 자긍심 고취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황종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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