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존재 송지호 개인전 25일까지 청림갤러리
[일간투데이] 늦은 저녁 퇴근시간이라 길이 막혀 약속 시간을 훨씬 지나 도착한 갤러리.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 송지호작가의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다양한 색감의 털실을 이용한 오브제 작품들이 분주하고 조급했던 마음을 달래주 듯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송지호가 말하는 사물의 존재는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식의 존재를 이야기기하는 것으로 일상적으로 쓰이는 모든 물체들은 각각 그 나름의 특성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 환경에서 변화된 사물의 본질은 본래의 성질과 의미를 벗어나 여태껏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연상 작용이나 기묘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작품「The existence of objects」시리즈는 우리 생활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물건. 평범한 털실을 이용해 귀한 물건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색색의 다양한 털실로 화려하게 만들어진 이것은 마치 값비싼 물품을 보는 듯하다. 일상적인 사물의 변신은 전혀 다른 고귀한 삶에 대한 찬미와 외침을 독특하게 표현한 것으로 힘든 예술가의 삶에 경의를 표하는 느낌이다.
다른 작품「The existence of objects」는 억압된 자아의 표출과 자유로운 영혼으로의 회귀를 표현한 가변설치 작품으로 화려한 액자 안에 Y자로 벌려진 지퍼, 그 안에 색실의 다발이 길게 늘여 뜨려져 있다. 틀에 밝힌 액자는 세상을 말하는 것일 테고 지퍼는 작가를 상징하는 것으로 그 안에서 분출하는 듯한 다양한 색의 털실은 모든 감정과 영혼의 덩어리인 셈이다. 갇혀있는 마음을 열어 자유롭게 노닐고 싶은 작가의 심정이 은유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다.
평범한 사물들을 통해 또 다른 본질로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조형세계를 창조하는 송지호 작가는 진정한 자유를 즐길 줄 아는 예술가다. 생각과 마음이 깊은 그는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멋진 작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말한다. 작업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놀이라고...
이애리 (미술학박사/협성대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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