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으로 첫 일감 몰아주기 제재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가 첫 조사대상이다.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를 규제하는 일감 몰아주기 금지 법안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싸이버스카이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확인해 심사보고서 작성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통상 심사보고서가 발송된 지 2~3개월 내로 위원회에 상정돼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으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첫 제재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기내면세점 위탁판매업체인 싸이버스카이는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씨 등 세 자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한진그룹 비상장 계열사다. 싸이버스카이는 지난해 매출액의 82.7%(175억원)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릴 정도로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아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업체로 거론돼 왔다.

일감 몰아주기 위반액이 200억원 이상이면서 총수일가 등의 지분보유 비율이 80% 이상인 경우 총수 및 총수일가도 고발대상에 포함된다. 대주주는 3년 이상 징역형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며 수혜를 입은 기업은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도 부과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한진빌딩에 입주한 싸이버스카이 사무실에 조사관들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는 "(싸이버스카이와의) 거래를 정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와는 별도로 조사를 진행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법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편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 일감을 몰아줘도 예외조항으로 인해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상위 5대 대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50% 이상인 112개 계열사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은 지주회사인 LG 1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합병·지분매각 등으로 지분율을 낮춰 대부분 규제대상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현대차, SK, GS, 한진, 한화는 비상장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면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가 명확히 들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예외조항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제재하는 싸이버스카이의 제재수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법 자체가 예외조항이 많아 처벌 수위를 가능하기 어렵다"며 "공정위 제재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대비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종 과징금 등에 대한 결정은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는 전 계열사 조사 대상…현대·하이트진로 제재도 임박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논란이 다시 불거진 배경에는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S&C가 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한화S&C는 한화그룹 경영권승계의 핵심"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라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세금 한 푼 없이 수조원대의 상속·증여 및 경영권 승계의 수단이 되느냐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산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52% 정도인 2100억원 가량이 계열사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공정위는 현재 한화증권이 한화S&C를 통해 전산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지는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는 한진 그룹 전 계열사를 상대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오너 일가가 지분 30% 이상인 계열사는 에스엔에스에이스, 한컴, 한화, 한화관광, 한화S&C, 태경화성 6곳으로 이 중 일부는 매각됐다.

싸이버스카이로 시작된 일감 몰아주기 조사도 한진그룹의 전체로 확대될 방침이다. 정 위원장은 한진그룹의 경우 싸이버스카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정석기업, 유니컨버스 등 그룹 전반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이외에도 지난 5월 현대그룹 계열사인던 현대로지스틱스와 쓰리비, 7월 하이트진로 비상장 계열사인 서영이엔티를 상대로 각각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들 2곳에 대한 조사 결과도 순차적으로 발표될 계획이다. 현재 조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지스틱스와 쓰리비는 현대그룹 계열사 시절 전체 매출액 대부분을 현대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올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체로 손꼽혀 왔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그룹 계열사였다가 지난 1월 롯데그룹 계열로 편입됐다. 이번 조사는 롯데그룹과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는 서영이앤티의 매출액 중 상당수가 하이트진로와의 비정상적인 내부거래를 통해 창출되고, 박 회장 일가의 사적 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보고 관련 조사를 벌였다. 생맥주 기계 생산 전문업체인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박 회장의 차남 태영씨 등 총수일가의 지분이 99.91%로 사실상 박 회장 일가가 사적으로 운영하는 비상장사다.

정 위원장은 "기존에 한진, 현대, 하이트진로 등 4개 대기업집단 계열사를 조사해 법률 검토 중"이라며 "40개 대기업 집단에서 받은 자료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부터 주요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서면보고서를 제출받고, 이를 토대로 법 위반 여부에 대한 내부검토 작업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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