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한글사랑에 헌신한 삶

[일간투데이 황종택 대기자]

원광호 한국바른말연구원장(14대 국회의원·사진)이 10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569돌 한글날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한글유공자 포상을 받았다. 원광호 원장은 한평생을 나라사랑과 한글사랑 운동에 헌신해온 공적이다.

14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한글명패 사용과 해외 대사관 및 국내 837개 공공기관 한자현판의 한글화를 실현시켰다. 지금은 국제언어전문교육기관인 대학 설립을 목표로 ‘국제한국어대학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헌정회 회원인 원 원장은 아울러 아산정주영기념사업회 회장도 맡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고인의 훌륭한 불굴정신을 되새기기기 위해서이다. 동분서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원광호 원장을 본지 주필인 황종택 대기자가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황종택: 원광호 원장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원광호: 네, 고맙습니다.

황종택: 지난 9일, 569돌 한글날을 맞아 원원장님께서 대통령 표창을 받으셨지요……. 축하합니다.
원광호: 네, 고맙습니다.

황종택: 기념행사는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 열렸지요, 저도 중계방송을 잘 보았습니다.
원광호: 네, 보셨습니까.

황종택: 한글날 경축행사 말고도 곳곳에서 행사가 많이 있다던데
원광호: 예 그렇습니다.

황종택: 이번 정부포상에 대한 공적을 간단히 말씀해 주시지요.
원광호: 글쎄요. 공적을 제 스스로가 이런 일을 이렇게 했다고 말씀드리자니 제자랑 같아 적절치 않네요,

황종택: 받을만하니까 받는거 아니겠어요.
원광호: 저는 평소 상 받는 일에는 관심도 없거니와 또한 어릴 적부터 화랑정신이 몸에 뱄기에 상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황종택:화랑정신이라면 무슨 뜻이지요.
원광호: 충성은 눈에 보이지 않았을 때 충성이요, 눈에 보였을 때는 이미 충성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무척이나 민망스럽습니다.
굳이 공적을 말씀드린다면 한마디로 이거 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요.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밤에 동네 어르신네들을 사랑방에 모셔놓고 야학이란 이름아래 문맹퇴치 한글을 가르쳤지요. 그 후 중학교 2학년 때는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봉사대 단원으로 시골을 찾아가 한글교육을 실시하여 중학생의 어린 몸으로 문맹자 60명을 퇴치했다는 기사로 난생처음 신문에 보도 되었지요.

황종택: 그렇습니까? 대단하시네요.
원광호: 그 시절에는 전쟁을 치른 후 폐허된 지경에 보릿고개 가난에 허덕이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아주 많았지요. 지금 생각하면 한글을 깨우쳐서 장수연이란 담배도 막걸리도 고구마도 한글로 쓰시며 기뻐하던 모습들이 생각납니다. 물론 칭찬받는 재미에 더욱 열심히 한글을 교육했지요.

황종택: 일찍부터 한글에 남다른 인연이 있었네요.
원광호: 그렇지요. 그 후 중학생 때부터 웅변을 했는데 그때 발음의 중요성을 깨닫고 발음발성연습을 하던 중 한글의 조직 원리를 깨달았고 그 조직원리가 바로 과학적이요, 체계적이요, 하늘이 내려준 하늘소리글 한글임을 알았습니다. 그 후 한글 자판을 개발하여 바른말 바른 글이란 교재를 만들어 한글무료교육을 시작했지요.

황종택: 연구원은 언제 만들어졌습니까?
원광호: 1975년 3월 15일, 그러니까 꼭 4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당시에도 서양문명이 걸러질세 없이 물밀듯 들어와 화장품은 물론 옷, 과자, 상점이름 모두가 영어, 불어 잡탕 글이 판을 쳤지요. 그래서 뜻있는 교수, 학생들이 모여 연구원을 창립하였습니다.

황종택: 연구원은 주로 어떤 활동들을 했나요.
원광호: 제일 먼저 거리간판 이름 고쳐주기, 바른말 고운 말 쓰기운동, 문맹자 한글 무료 교육하기, 한글날기념강연회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했지요.

황종택: 국회의원도 하셨지요. 의원시절도 대단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제가 모 중앙일간지 국회 출입 기자였습니다. 그때 고집스럽게 원의원님 혼자 한글배지를 달고 다시시던 모습, 그리고 국회 내 한자 안내표지판을 한글로 바꾸면서 시비도 많았던 것을 기사로 쓴 적도 있습니다.
원광호: 아, 그래요. 그 당시 국회 출입하셨지요. 저도 기억납니다. 저에 대한 기사도 썼지요. 고맙습니다.

황종택: 의정활동 중 한글관련 운동내용을 소개해 주십시오.
원광호: 제 지역구는 강원도 원주예요. 당시 선거구가 1개구로 25만 인구였습니다. 당선되자 국회의장에게 청원서를 냈지요.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요,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원광호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 대한민국 글인 한글이 있음에도 한자 명패, 한자문패, 한자 국회배지 사용하라니 거부합니다. 전체를 바꿔놓든 제 것만이라도 한글로 바꿔놓지 않으면 등원을 거부하겠다고 했지요. 이게 문제가 된 겁니다. 아니 국회 등원도 안한 초선의원이 건방지게 그것도 한글로 바꿔달라. 한마디로 거절당했지요. 거절 명분은 관례상. 국회운영법상 이라나요.

황종택: 그래서요
원광호: 내가 직접 한글로 만들어 붙였지요. 보다 웃기는 일은 경비들이 한글배지를 보고 의아해 하며 경례를 안 해요.
그 후 299명의 의원 한글명패를 한글단체들과 만들어 국회에 전달하려 하였으나 이것 또한 거절당해 제 방에 쌓아 놓았다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임기가 끝났지요.

황종택: 그럼 모두 실패 했나요
원광호: 아니요. 제가 누굽니까 줄기차게 계속했지요. 그래서 성공한 일이 헌정 48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소집공고문을 한글로 바꾸는데 성공했지요. 당시 이만섭 의장이 현명한 판단으로 받아들인 거지요. 그 후 142개국 해외영대사관의 동판으로 된 한자현판을 한글로 바꿨고 837개 국내 공공기관 한자현판을 한글로 바꾸는데 성공했지요. 한국은행이 마지막으로 제일 힘들었었습니다. 지금은 국회 배지도 명패도 한글로 바꿔졌잖아요. 그 뿐 아니라 한글날을 국경일, 공휴일로 바꾼 것도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쁨이지요.

황종택: 주로 국내에서만 활동하셨나요.
원광호: 아니지요. 국회의원 시절 제가 지은 '이것이 한글이다'란 한글교재를 외무부를 통해 각 나라 교민들에게 교포2세 한글교육용으로 보급하고 순회 한글교육에 열정을 쏟았지요.
그때부터 제 별명이 ‘한글전도사’가 되었습니다.

황종택: 요즘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원광호: 국제한국어대학을 세우는 추진위원장을 맡아 열정을 쏟고 있지요. 그리고 한글을 세계문맹퇴치문자로 선정하라는 건의문을 UN 반기문 총장에게 건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황종택: 경축행사가 끝나고 황교안 국무총리와 수상자간 간담회를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원광호: 네, 황교안 총리님의 수상자 공로에 대한 치하말씀과 대한민국을 더욱 빛내 달라고 주문하셨고 앞으로 한류열풍에 적극 지원하여 한글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수상자로서는 제가 제일먼저 총리께 말씀드렸는데요.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오늘 이런 뜻있는 날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기를 정부나 언론의 관심을 당부드렸구요, 한글날하면 흔히들 한글은 우수하다 하는데 왜 우수하냐 물으면 한글은 매우 아릅답고 배우기 쉽고 쓰기 쉬워 우수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과학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로 나는 1975년부터 지금까지 40여년 동안 한국바른말연구원을 창립 운영해 오면서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을 알고 증거하고 전파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글은 자음모음을 결합하면 1만2768자가 되며 이중 2678자를 한자리에서 보지도 않고 한자의 빠짐없이 한자도 중복 없이 외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에 허닝이라는 사람은 22개 나랏말을 구사하여 세계기네스 일인자지만 나는 한글 덕에 세계 최고문자를 많이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국이 아무리 많은 한자 3만5000자. 어떤 이는 7만자가 있다고 주장하나 천자 아니 100자도 외워 쓸 수 없습니다. 왜. 연관이 없기 때문에. 그러나 한글은 유일하게 1만2768자를 중복 없이 빠짐없이 외워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미 세종대왕께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짜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글을 과학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 계신 수상자 모든 분들, 온 국민 한글을 배운 분이며 저같이 외워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글은 우리 모두를 천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우수한 한글을 세상에 널리 자랑하고 이를 만드신 세종대왕을 높이 받드는 것입니다.
이 기회에 관련부처 문광부와 특히 총리님께 부탁드립니다. 한글이 우수하듯 또한 한식, 한복, 한옥 우리 전통을 살리고 세계에 자랑하는 한류열풍에 돛을 달아 ▲국제한국어대학을 반드시 설립해야 하고 ▲유엔에 한글을 세계문맹퇴치문자로 선정, 선포해 달라는 건의를 부탁드렸습니다.
이미 건 의중에 있지만 관계담당부인 문광부가 실무적으로 적극 나서 주고 총리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반드시 뜻이 이루어지도록.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 임기 내에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이어 문광부 초청으로 마련된 점심자리에서는 실무담당자들에게
한글날 국경일 회복운동과 관련, 제가 서울 중심 사거리 곳곳에 100개의 현수막을 제작, 게시하는 운동을 했으며 한글 관련단체 회원들의 끈질긴 고생으로 오늘날 국경일이 되었고 공휴일이 되었음에 한글날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습니다.
또한 유엔에 한글을 세계문맹퇴치문자로 선정 선포해 달라는 건의를 수상하신 모든 분들, 이중에는 한국분이 아닌 외국분 교수님들과 특히 유네스코 문맹퇴치 공로로 수상하신 두 분도 함께 동의해 주신다면 큰 박수로 채택해 달라고 했더니, 만장일치 박수로 동의해 주셨습니다.

황종택: 아, 그랬군요. 그럼 한평생 한글만 안고 사시는 셈이네요. 뭐 또 다른 사업 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원광호: 지난 번에 귀 사에서 제 기사가 보도된 것처럼 지난 8월 11일 아산정주영기념사업회가 창립되어 제가 초대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 1차 사업으로 고 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송아지 100마리를 정 회장님 고향인 통천으로 보내는 운동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황종택: 그렇지요. 어떻게 잘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까?
원광호: 기념사업회가 추진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알다시피 북한의 종잡을 수 없는 변화에 누구도 예측불허이므로 협의 과정에 어려움이 많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잘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잘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황종택: 참 대단하시네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귀한 말씀 여기서 줄여야겠네요.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원광호: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특히 젊은이들이여 첫째, 한글은 돈이다. 한류열풍을 활용하여 한글세계화에 동참하기를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둘째, 통일염원 100마리 송아지 통천운동에 적극 동참 바랍니다.

황종택: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기회에 또 듣는 걸로 하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원광호: 고맙습니다. 한글 많이 사랑해 주시고 관련기사도 많이 써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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